보도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시위대 40명 이상이 숨지고 최소 5800명이 경찰에 구금됐으며 1000명 넘게 부상했다. AP통신은 카자흐스탄 보건부를 인용, 시위 발생 이후 모두 164명이 사망했다고 9일 전했다. 내무부는 체포된 시위 가담자 중에는 상당수 외국인도 있다고 발표했다. 타스 통신은 보안 당국을 인용해 진압 군경도 최소 18명이 숨지고, 7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위 가담 5800명 체포, 1000여명 부상
나자르바예프는 소련 해체 직전인 90년 카자흐스탄이 독립을 선언(실제 독립은 91년)하면서 최고 지도자에 올라 29년간 권력을 휘둘렀다. 2019년 시위 속에 퇴임하고도 권력 핵심인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을 계속 맡으며 상왕으로 군림해왔다. 현지에선 나자르바예프가 세 딸을 데리고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통신들이 보도했다.
이런 장기 독재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됐는데, 정부가 한겨울에 생필품인 에너지 가격을 올리면서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3월 스스로 조기 퇴임한 뒤엔 후임 대통령으로 보좌관이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9)를 내세웠지만 토카예프는 시위가 격화한 지난 5일 나자르바예프를 NSC 의장에서 해임하고 ‘손절’했다.
독재 불만에 LPG값 인상 겹쳐 시위 폭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예르무하메트 예르티스바예프는 국영방송에 출연해 알마티 시위 주동자들이 토카예프 대통령의 축출을 기도했으며, (나자르바예프에 충성하는) KGB 관계자가 개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에 진입했을 때 KGB가 경비 해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나자르바예프는 영국 런던에 1억800만 달러(약 1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등 부패로도 이름이 높다. 가족도 연이어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장녀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59)의 남편 라하트 알리예프는 장인이 야당 인사들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수조 달러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낸 그는 2007년 이혼 뒤 빈으로 피신했는데, 궐석 재판에서 징역 40년 형을 선고 받았다. 2015년 오스트리아 구치소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나자르바예프의 손자 아이술탄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정부 사이에 대형 비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2020년 2월 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6개월 뒤 런던에서 의문의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이술탄의 어머니이자 나자르바예프의 장녀인 다리가는 2020년 5월 상원의장에서 갑자기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