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상 간첩,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금품수수, 편의제공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모(58)·윤모(51)·손모(48)씨는 지난 4일 청주지법에 법관기피신청서를 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18조).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은 기피당한 법관이 소속된 법원 합의부가 맡고, 해당 법관은 관여하지 못한다(21조). 반면, 기피 신청의 목적이 소송의 지연이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재판부가 기각할 수 있다.
이들은 신청서를 통해 “재판부는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과 증거기록을 검증할 증거조사 결정에 있어 피고인·변호인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동영상·사진 파일(피고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에 대한 증거조사를 실시하거나 증인이 아닌 국가정보원 직원의 증언까지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공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동영상·사진 파일을 복원, 증거로 제출된 출력 사진과 대조하는 등 증거조사를 했는데 일치하지 않아 스스로 증거를 철회했다”며 “불법 사찰과 불법 취득 자료를 근거로 조작과 짜깁기를 한 게 일부 확인된 것이고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재판부가 공소기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도저히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법관기피신청을 낸 4일은 재판부인 청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이진용)가 박씨와 윤씨, 또 다른 조직원 박모(51)씨에 대한 구속 기간 갱신을 결정한 날이기도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2개월(기소 전 구속 기간 미포함)로 정하고 있지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엔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회까지 갱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8일 한 차례 구속 기간 갱신을 결정했다. 법관기피신청에 대해 청주지법 관계자는 “특별히 표명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구속을 면했던 손씨도▶민중당 권리당원 명부를 수집하거나 국내정세를 파악해 보고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2020년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면담하며 국가기밀을 탐지해 전달하는 등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려 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19일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국정원이 조작한 사건”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