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살아가기 위해서도 이것저것 할 일이 꽤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관계가 늘어나며 그 할 일의 목록이 자연스레 늘어남은 잘 눈치채지 못합니다. 몸을 건강히 유지하기 위해 사야 할 운동복과 트레이닝 센터의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지인들의 생일에 적절한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축하 파티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됩니다. 외로움을 덜어줄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고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할 몫입니다. 이처럼 일상의 문제들은 작은 것부터 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다가옵니다.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걸로
더 현명한 답 낼 수 있어
같이 풀면 멀리 볼 수 있으니
각자의 문제 들고 만나길
더 현명한 답 낼 수 있어
같이 풀면 멀리 볼 수 있으니
각자의 문제 들고 만나길
최근 저의 생각을 책으로 묶어 펼쳐내었습니다. 매체를 통해 넓게 알린 후 제가 한 일은 훌륭한 서점들이 개최하는 작은 모임들에 나가 직접 독자 여러분들을 뵌 것입니다. 한 시간 남짓 읽으신 분들이 온라인으로 되돌려준 메아리를 모티브로 강연을 했습니다. 제가 보낸 메시지가 읽은 이들의 마음을 담고 다시 돌아오면 그 반향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슈와 각자의 삶의 문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음파를 통해 지형을 이해하는 박쥐와 같이 말입니다. 강연에서는 메아리를 만들어낸 표현을 처음에 궁리하게 된 배경과 연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몇 군데 강연에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우리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각자가 얼마나 외롭게 노력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질문에 대해 제가 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남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수 많은 데이터를 통해 알게 되었기에 다른 이들의 고민과 시도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은 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타인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그들의 시도와 그 결과들을 알게 된다면 나의 삶 속 결정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새해 시작에 반가운 메일을 받았습니다. 저와 짧은 시간 동안 깊은 공부를 함께 한 분이 본인의 새로운 항로를 정했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제 강연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에, 저는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제가 한 일은 없고 스스로 답을 찾으신 것이라 전해드렸습니다. 사실 그러합니다. 제가 한 것은 그분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한 생각을 함께 해 드린 것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망망대해 속 작은 구명보트에 타고 있는 이에게 바닷새가 물고 온 작은 잎사귀는 희망이자 방향에 대한 확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YOB(Bring Your Own Bottle)는 각자 마실 술을 들고 와서 함께 저녁을 들며 이야기를 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이처럼 각자의 문제를 들고 와서 함께 이야기해 보는 일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같이 푸는 문제는 더 멀리 볼 수 있으니 각자의 문제를 들고 만나는 것, BYOP(Bring Your Own Problem)는 어떨까요. 현명해진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더 나은 삶의 출발점의 새해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