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그동안 『멍게』(문학과지성사)와 『밤의 화학식』(문예중앙) 등 시집 5권을 낸 중견 시인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기자와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올라가 벤처기업을 하다 망한 뒤 묘지관리인으로 살았다. 그런 뒤 마산어시장으로 내려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잡부’로 3년간 살기도 했다. 그런 생의 밑바닥을 전전하며 건져 올린 경험들은 반짝이는 경구(警句)가 돼 4권의 시집과 한 권의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는 1920~1930년대에 출생해 이제는 80~90대 할머니가 된 기장 1세대 해녀 6명의 억척같은 삶이 녹아 있다. 김 작가는 직접 해녀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 써 내려 갔고, 황 편집장은 퇴역한 1세대 해녀들과 현직 해녀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담았다.
바닷속처럼 생의 밑바닥은 어둡다. 그렇지만 어시장이든 바닷속이든 거기에는 고단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값진 삶이 숨겨져 있다. 생의 밑바닥으로 내려간 자만이 건질 수 있는 살아 있는 깨달음 같은 것이다. 성 시인이 산문집에 나오는 “비굴은 반드시 젖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울게 되어 있다./(…)/바람이 불어 비굴이 잘 마르고 뒤집어질 때 떡하니, 굴비”가 된다는 문장 같은 것이다. 지역 바다에서 활어처럼 작가들의 손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싱싱한 책 두 권이 새해에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