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빠진 KTX-산천, 1.7㎞ 달린 뒤 멈춰
5일 부산행 KTX-산천 열차에 탑승했던 김모(30)씨는 탈선 사고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58분 충북 영동군 영동읍 회동리 영동터널을 지나던 KTX-산천 제23열차 객차 1량(4호차)의 바퀴 1개가 빠지면서 남쪽 출구 인근에서 궤도를 이탈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광명역에서 기차를 탄 뒤 김천구미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4호차에 앉았던 그는 “(영동)터널을 지날 때쯤 열차에서 굉음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창문 밖에서 불꽃같은 게 심하게 튀었다”며 “열차가 정차한 후 승무원이 다친 승객을 확인했다. 창문 곳곳이 깨져있고, 객차 화장실 안이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고 했다.
사고가 난 열차는 오전 10시30분 서울역을 출발해 오후 1시13분쯤 부산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탈선 사고는 영동~김천구미 간 영동터널을 지나던 중 발생했다. 당시 열차에는 300여명과 승무원 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객차 유리창이 깨지고 선반 위 물건 떨어지면서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승객 7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코레일 “바퀴 점검서 이상 발견 못 해…원인 확인 중”
한국철도(코레일)은 4호차에 달린 바퀴가 빠진 것을 탈선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퀴가 빠진 이유는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하기 전 진행한 점검에서 바퀴에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당초 소방당국에 접수된 승객들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터널을 지나던 열차에 미상의 철제구조물이 떨어져 사고가 났다”는 추정이 전해졌으나, 코레일은 “철제구조물이 떨어진 흔적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코레일 측은 “열차 중간인 4호차가 피해를 본 것으로 미뤄, 열차의 일부 부품이 떨어져 나가 유리창을 때린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차 바퀴 한 개가 빠졌고, 열차에 충격이 가해진 이후 1.7㎞ 정도를 더 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급정거를 할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었다. 열차에 충격이 가해진 이후 자동제어시스템이 작동해 서서히 속도를 줄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승객 300명 중 7명 부상…6일 정상 운행 예정
열차 사고로 장기 이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뻔했다. 탈선 사고 여파로 이날 오후 1시46분쯤 서울로 올라가던 또 다른 KTX 열차 운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 KTX 열차에는 이식용 장기(간)가 실려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충북소방본부는 장기 이송을 위해 헬기를 현장에 급파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다행히 헬기가 도착하기 전에 KTX 열차가 다시 운행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며 “열차로도 장기 이송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헬기가 복귀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사고 열차 승객들을 예비편성 열차로 옮겨 타도록 했다. 대전∼동대구 간을 운행하는 KTX 열차는 고속선이 아닌 일반선으로 우회하도록 조치했다. 사고 여파로 KTX 107개 열차(오후 6시 기준)가 30~180분가량 지연 운행했고 9개 열차는 운행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