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20대에서 3연임을 노린다. 시 주석은 새해를 맞으며 69세가 됐다. 그동안 67세까지는 직을 유지하고 68세 이상의 지도자는 물러나던 ‘칠상팔하’ 규범을 깨야 한다. 이를 위해 4년 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이번 20대에선 시 주석이 누군가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2년에는 장쩌민(江澤民·95)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80)에게 당권과 국가주석직을 넘겼고, 2012년 후진타오 주석은 시진핑에게 당과 국가는 물론 군 통수권까지 넘겼다. 그런데 이번엔 시진핑 3연임으로 중국 정치는 종신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사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선다.
미리 본 2022 ②시진핑 주석 3연임
가을 20차 당대회 3기 지도부 선출
4년전 개헌, 지난해 역사결의로 준비
차기 총리 리창·리시·왕양 등 경합
일인 독주가 권력투쟁 촉발 우려
시 주석에게선 마오의 그림자가 보인다. 일당 통치가 일인 통치로 바뀌는 양상이다. 지난달 20일 반(反)부패를 지휘하는 당 중앙기율검사위 홈페이지에 세 번째 ‘역사결의’ 해설문이 실렸다. ‘역사결의’에 ‘투쟁’이 50회나 언급됐다면서 “새로운 투쟁이 막 시작됐다”고 했다. “하늘과 땅과 사람과 더불어 싸우니 그 즐거움이 무궁하다(『윤리학 원리 비판』, 1917)”는 마오의 청년기 투쟁 철학을 시 주석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그래서 20대가 ‘새로운 마오쩌둥’의 등장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20대에선 차기 지도부 선출은 물론 미래 5년 당·정·군·사회·경제·외교 정책을 담은 정치보고를 청취 심사한다. 여기엔 동북아 안보의 최대 현안인 중국발 대만 통일 로드맵이나 시간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시진핑 3기 총리 인선도 주목된다. 헌법이 연임까지만 허용한 리커창(李克强·67) 총리는 교체 대상이다. 차기 총리로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 중에서 리창(李强·63) 상하이 서기, 리시(李希·66) 광둥성 서기가 경합 중이다. 경쟁자 진영에선 왕양(汪洋·67) 정협주석,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가 있다. 중간에 상하이방 배경의 한정(韓正·68) 부총리도 오르내린다. 은퇴 대상인 한정과 칠상팔하 폐지 혜택을 공유하는 타협 카드다.
5년 뒤 시 주석이 74세가 되는 2027년 4연임을 위한 포석도 필요하다. 5년 전에는 3연임의 걸림돌인 칠상팔하를 흔들기 위해 69세였던 왕치산(王岐山·74)에게 국가부주석을 약속했다. 은퇴 대상자를 명예직에 남기는 반퇴(半退)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측면에선 시진핑 일인 체제가 외양과는 달리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일 수도 있다. 밍쥐정(明居正) 대만대 명예교수는 “만일 차기 상무위원 숫자까지 줄인다면 파벌 간 자리 쟁탈전만 아니라 파벌 내 다툼도 가능하다”며 “눈에 보이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기 어렵다”고 권력투쟁 격화를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신년다과회에 불참한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72) 전인대 위원장을 둘러싼 사정설이 급부상했다. 2일 인민일보는 “사회주의 국가 정권을 흔들려는 자와 당내의 정치 무리·소그룹·이익집단을 꾸미려는 자는 가차 없이 결연히 조사·처리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6중전회 발언을 소개했다. 중국 정치가 마오쩌둥 이후 가지 않았던 길로 다시 들어서고 있다.
☞칠상팔하=지도자 종신제를 철폐한 덩샤오핑 이후 2002년 16차 당 대회부터 적용된 은퇴 규정이다. 67세 이하는 중앙위원회에 남고 68세 이상은 은퇴하는 불문율이다. 2017년 19대에서도 지켜졌다. 단 당시 69세였던 왕치산이 당직에서 물러나고 의전 담당 국가부주석에 취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중공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중공의 헌법인 당장(黨章)이 5년에 한 차례 개최를 명문화한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개회 기간 당장을 수정하고, 폐회 기간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할 각 200여명의 중앙위원과 후보중앙위원을 선출한다. 31개 성시(省市)와 군·중앙기관 등 40개 선거단위와 393개 지급(地級), 2845개 현(縣)급, 4만1636개의 향진(鄕鎭)급 간부 3000여만명이 당 대회 전후 2년간 교체된다. 중공 당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지도부 교체의 하이라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