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달 2일 한·미 국방장관은 제53차 SCM을 열고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우리 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연합 방위태세가 한·미 동맹의 핵심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연합훈련 시작 시점과 야외 실기동 훈련 진행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한·미 동맹은 최고의 준비태세를 유지해 한국을 위협이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 태세의 합법적·방어적 성격을 강조하는 동시에 연합 훈련을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규정한 북한의 반발을 일축한 셈이다.
"재미없는 전주곡" 경고에도 美 '원칙론' 고수
연합훈련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주력과제인 종전선언 진전 여부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직후 박지원 국정원장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종전선언 논의를 하려면 만나야 하는데, 만남을 위한 선결 조건을 북한이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합훈련 중단, 광물 수출 및 석유 수입 허용 등"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처럼 노골적인 북한의 조건 제시에도 미국은 대북 원칙론을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화 재개용 인센티브'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별도의 유인책은 제공하지 않고, 북한 역시 선결 조건을 앞세우며 대화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文 임기 말 깊어지는 '연합훈련' 딜레마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7월 30일 “개인적으로는 물론 당국자로서도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훈련 연기론을 공론화했고, 그로부터 약 1주일 뒤엔 박지원 국정원장이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 정보위에서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는 원론적 지시만 내렸고, 지난해 하반기 연합훈련은 8월 16일부터 주말을 제외한 9일 일정으로 예정대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