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앞서 2020년 2월, 같은 동물원에서는 '무궁·태범' 아기 호랑이 남매가 태어났다. 엄마 호랑이가 직접 키우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호랑이 남매의 팬이 됐다. 인기가 치솟으며 두 아기 호랑이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은 3일 기준 조회 수 3753만회를 기록할 정도다.
최근 2년간 많은 사랑을 받은 호랑이 7마리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국제 협회에서 인증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는 점. 둘째는 어미 건곤이(2016년생)의 자연 포육을 통해 자랐다는 점이다.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한국호랑이의 계보를 짚어봤다.
88올림픽 '호돌이' 이후 54마리로 늘어
건곤이를 담당하는 김수원 사육사는 "5남매가 태어난 것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일이지만 건곤이가 7마리를 모두 직접 건강하게 길러냈다는 게 더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스트레스를 받은 호랑이들이 제대로 번식을 하지 못했지만, 최근엔 사육환경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호랑이는 일제강점기 국내 야생에서 멸종했다.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 1986년이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당시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뒤 국내에 호랑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주 한인들과 롯데그룹이 호랑이를 기부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와 뉴멕시코주 동물원에 살던 호랑이 5마리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이중 가장 유명해진 두 마리가 바로 호돌이와 호순이다.
환경부와 각 동물원에 따르면 호돌이·호순이가 들어온 지 35년이 지난 지금 국내 서식지외 보존기관에 있는 한국호랑이는 총 54마리다. 그동안 외국 동물원이나 국내 교류를 통해 한국호랑이 번식이 꾸준히 이뤄졌다. 개체 수는 최근 20년간 30~60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야생에서 서식 반경이 400~1000㎢이나 되는 호랑이가 지낼 공간 확보다. 예상치 못한 아기호랑이 5남매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다 큰 호랑이들이 앞으로 어디서 지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1940년 기록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멸종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호랑이를 민족의 상징으로 꼽는 한국에선 호랑이 보전 노력이 활발한 편이다.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등이 세계수족관동물원협회(WAZA)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에 가입해 소속 호랑이들을 국제 기준에 맞게 관리하고 있다. 동물원 내 한국호랑이들이 자연 번식·자연 포육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사육 환경이 개선된 결과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호랑이의 야생성을 보전하기엔 사육환경이 아직도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과거엔 한국호랑이 사이에서 근친교배가 빈번했고, 좁은 사육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일부 소형 민간동물원에서 죽어가는 한국호랑이들은 여전히 있다. 시민들의 관심을 받는 대형동물원이나 지자체 운영 동물원도 사육환경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