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A양(11)이 지난해 11월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낯선 남성에게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A양은 “싫다는데 계속 ‘발을 찍어서 보여달라’거나 어린이들이 보면 안 되는 야한 사진을 보냈다. 신고할 때마다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서 괴롭혔다”고 말했다.
올해는 A양이 겪은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더 많은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30일 ‘치안전망 2022’ 보고서를 내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 아동·청소년 성폭력 등 신종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 제도상 메타버스에서 일어난 일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관련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용자 2억 돌파…재산권 ‘무법지대’
메타버스에서 현실의 상표를 멋대로 도용하거나 재산권이 있는 음원 등 저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범죄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예상이다. 전 세계 일일 이용자 수가 4730만명(2021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는 지난해 6월 전미음악출판협회 등 저작권 단체로부터 23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일부 로블록스 이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이용자들이 상표권자의 허가 없이 현실에 존재하는 상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도 대표적인 재산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 경찰은 “저작권 침해뿐 아니라 가상재화를 강제로 빼앗거나 해킹해서 훔치고, 사기를 치는 유형의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성범죄도 기승…“기술적 조치로 예방”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한 성인 남성이 메타버스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들에게 “특정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주면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며 접근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 B양(12)은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이 제페토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사귀자’ ‘몸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받고 충격에 빠졌다. 계정을 신고해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내 범죄를 근절하려면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가상공간에서의 범죄는 형사법적 규제보다는 기술적인 조치를 통해 범죄 행위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