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름 만들어 오라” 일상적 차별 증가
지난 7월 울산에 사는 베트남 유학생 A(28)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식당 사장이 A씨의 국적을 손님에게 알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유를 물어보니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이라고 말하면 손님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심지어 베트남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 하나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부를 때 외국인인 게 티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회상했다. 부당한 차별이라 느낀 A씨는 그날 식당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한국 생활 6년 차인 중국인 김모(30)씨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1년 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 집을 구하려고 알아봤더니 10곳 가운데 2~3곳은 김씨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한테 집 보러 가겠다고 전화하면서 상대방이 외국인이라고 알렸더니 갑자기 집주인 쪽에서 안 된다고 했다"며 "조건에 맞는 괜찮은 집이었는데 아예 구경도 못 했다.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했다가 제노포비아 논란이 불거지자 행정명령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인권센터는 성명을 통해 "집단감염의 근본 원인은 근로자들의 국적과 관계없음에도 불구,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국내 모든 외국인 노동자를 감염 위험이 큰 집단으로 일반화시킨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증오나 두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인정하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행정명령 중단 권고를 내렸다.
전문가들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 방역에도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인권적 차원에서는 물론,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라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마치 외국인을 감염병 확산의 주범으로 여기고 경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내외국인 모두가 방역 대응에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일부 구성원에 대한 공포와 배척 정서는 보건적 차원에서도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나 관행은 우리 사회에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을 틈타서 더 강해졌다"며 "정부가 현장이 납득하지 못할 방역 정책을 쏟아내면서 다들 여유가 없어지니까 아무도 누군가의 인권적 상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