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상위 8개 미디어 그룹의 사업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들이 내년에 신규 영화·TV 프로그램 콘텐트 제작을 위해 쓸 실탄은 최소 1150억 달러(약 13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스포츠 중계권을 포함하면 총지출액은 14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주머니를 제대로 여는 곳은 업계 2위인 디즈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디즈니가 내년에 새로운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에 230억 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35~4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스포츠 중계권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신규 콘텐트 제작 비용은 33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보다 32%, 2020년과 비교하면 65% 증가한 규모다.
디즈니는 내년에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실사 영화 ‘피노키오’와 애니메이션 ‘카’의 속편,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스타워즈 시리즈 콘텐트인 ‘오비완 케노비’ 등을 자사 OTT인 디즈니 플러스 등을 통해 공개한다.
OTT 업체가 콘텐트 제작에 돈을 쏟아붓는 건 고객 유치가 어려워져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OTT를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신규 가입자 증가세는 한계에 이르렀다. FT는 “업계 1·2위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증가세도 지난 몇 분기간 둔화했다”고 보도했다. OTT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과당 경쟁도 시작됐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OTT 업체는 막대한 돈을 들여 킬러 콘텐트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사들이고, 미국 통신·미디어 그룹 AT&T가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하는 등 몸집도 불리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모펫네이던슨의 마이클 네이던슨 미디어 분석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리미엄 콘텐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