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호황인데 국방예산을 왜 줄여? F-35의 이 기업, 주가가 싸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29 07:00

수정 2021.12.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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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구독자 khh***@naver.com님이 미국 배당주 록히드 마틴(LMT)에 대해 문의 주셨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 최대 방산업체 입니다. 2020년 매출 654억 달러(약 77조6625억원)로 2위 레이시온(420억 달러), 3위 보잉(324억 달러), 4위 노스럽 그러만(314억 달러)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투기나 미사일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비싼 것에 비해 매출은 그리 크지 않은데요(예: 삼성전자 연매출 277조원).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매장에 가서 손쉽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F-35 Lightning II 전투기. 사진 록히드 마틴

록히드(1995년 마틴 마리에타와 합병)는 1960~70년대 서독∙일본∙네덜란드 등의 정치권에 뇌물을 줘서 엄청난 스캔들로 비화한 사건(총리 사퇴)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전투기 팔기가 어렵다는 의미겠죠. 우리나라에서도 노태우 정권 때 율곡사업 비리 등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어도 무기 도입에는 감사원 감사가 종종 뒤따릅니다.
 
이렇게 보면 ‘외국 정부에 로비만 하고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록히드 마틴 연간 보고서를 보면 매출의 74%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발생합니다(미 국방부 64%, 나머지는 항공우주국(NASA) 등). 25%가 외국 정부이고, 1%가량은 민간기업과 기타 고객으로 돼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사드(THAAD) 시스템도 생산한다. 사진 록히드 마틴

록히드 마틴을 비롯한 방산업체들은 코로나 이전 약 6년간 호황을 누렸습니다. 냉전시대 낡은 기술을 교체하는 수요 덕분이었는데요. 당시 미국 국방예산 지출이 (물가 반영해서) 2차대전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예산 규모가 컸고 지금은 코로나까지 닥쳤으니 상식적으로는 이제 국방예산이 내려갈 수밖에 없겠죠.(※결론적으로 안 내려갔으니까 끝까지 읽어주세요~)
 
올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사회 인프라 구축과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면서 방산업체 주가에 대해선 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5월 의회에 제출한 국방 예산안을 보면 방산업체 주가에 도움이 되는 ‘투자 지출’ 항목은 20억 달러를 삭감했습니다. 또 무기 도입은 6% 삭감된 반면, 연구개발은 5% 늘렸습니다. 신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자는 포석입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MSE). 사진 록히드 마틴

록히드 마틴에 특히 안 좋은 대목은 전투기 구매 항목을 8% 삭감하고,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를 96대 사자고 했던 것을 85대로 줄인 거였죠. 가뜩이나 방산업체 밸류에이션이 S&P500 지수 대비 크게 디스카운트 돼서 거래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록히드 마틴이 가장 싼 수준입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으로 록히드 마틴의 경쟁력이 뛰어난 우주사업과 극초음속 시스템 부문에서 추가 도입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록히드 마틴은 세계적으로 11만40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엄청난 고용주 입니다. 미국 의원들도 자기 지역구에서 실업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아요.


올 한해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호황이었고 완전 고용에 도달했느니 하는 마당에 급격하게 국방예산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상당히 우세했습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인 7680억 달러(약 912조원)의 2022 회계연도 국방예산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앞서 미 의회는 바이든 정부가 요청한 국방예산안보다 250억 달러를 증액했어요. 2021 회계연도 예산보다 5% 올라간 겁니다. 전투기·군함도 더 많이 사라고 주문했습니다.

공격헬기 Defiant X. 사진 록히드 마틴

록히드 마틴을 사업부문별로 뜯어보면 ▶항공 ▶미사일/화기 ▶헬기/작전시스템 ▶우주 이렇게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요. 3분기 매출은 항공(전투기)이 66억 달러로 가장 높았고, 헬기/작전시스템 40억 달러, 미사일과 우주가 각각 28억, 27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영업마진은 미사일 부문이 15%로 가장 높은 편이었어요.
 
록히드 마틴은 또 32년째 배당을 지급해 온 ‘배당귀족’ 중 하나인데요. 4분기 배당은 3분기보다 0.2달러 늘어난 2.80달러로 결정했습니다. 5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미국이 국방예산을 아주 펑펑 쓰지는 않는 시기여서 록히드 마틴 주가에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록히드 마틴은 현재 역대급 수주액(1500억 달러)을 쌓아놨고, 향후 5년간 매년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F-35 전투기를 180대씩 인도할 예정이고, 엔진 메이커 에어로젯을 인수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여서, 배당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12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