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벽을 가득 채운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인생샷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에선 매일 일몰부터 자정까지 ‘매지컬 홀리데이’라는 제목의 3분14초짜리 영상이 반복 상영되고 있다. 영상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들면서 경찰이 통제에 나설 정도다.
인근 직장을 다니고 있는 손리나(38)씨는 “해마다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면서 연말이 왔음을 실감하곤 하는데 올해처럼 날마다 인파가 몰려드는 것은 처음”이라며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영상으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신백, 시민들에 LED 140만 개 쐈다
미디어파사드에 주로 쓰이는 LED는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같은 다른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비용이 많이 든다. 다만 최근 중국산 제품이 대거 늘어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에 밀려 국내 대기업은 사업에서 철수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LED 패키지(소자)의 평균판매단가는 지난해 0.015달러(약 18원)에서 올해 0.014달러(약 17원)로 하락했다. 옴디아는 LED 패키지(소자) 평균단가가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평균 3.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이니지용은 같은 기간 평균 1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판에서 문화·예술 위한 도구로 진화
LED가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각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율성과 색 재현성을 꼽는다.
김영우 본부장은 “LED는 전력 소비가 많지 않고 수명이 길어 건물주로선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어 선호한다”며 “여기에 LCD처럼 테두리(배젤)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대화면에 적합한 OLED의 경우 번인(잔상) 효과 같은 단점이 있어 옥외 사이니지로는 LED가 선호된다”고 말했다.
삼성, 뉴욕 한복판에 디지털 폭포 연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한 ‘원 타임스 스퀘어’ 건물 외벽에 공공예술인 ‘워터폴-NYC(2021)’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미디어 콘텐트 제작사인 디스트릭트와 손잡고 만든 이 작품은 높이 110m, 면적 약 1081㎡에 달한다. 8㎜의 촘촘한 LED 픽셀 간격과 업계 최고 수준인 9000니트의 밝기로 환한 대낮에도 선명한 영상을 전달한다.
김영우 본부장은 “현재 외벽 중심의 미디어 파사드는 실내 로비나 회의실의 대형스크린, 메타버스(현실+가상세계) 등으로 영역이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섭 교수는 “해외에선 중소형 디스플레이에도 LED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며 “LED 기술은 구글 글래스 등 미래 기술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로, 산업 측면에서 당장 돈이 안된다고 투자를 접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