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다주택자에게 기회를 한 번은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중에 매물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채를 팔면 기본 6~45%에 20%포인트(3주택자 30%포인트)를 더한 세율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 후보는 한시적으로 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와 청와대 모두 중과 유예에 반대하자 이 후보는 한발 물러선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날 이 후보는 “(내년) 3월 9일에 선거는 끝나니까 그때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내년) 12월까지 해서 ‘4ㆍ3ㆍ3’ 이렇게 하든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4개월은 전면 유예, 3개월은 절반 감면, 마지막 3개월은 4분의 1만 면제해주는 안이다. 이 후보 자신이 원래 공약했던 ‘6ㆍ3ㆍ3’을 살짝 틀었다. 단계적으로 유예를 해준 뒤 2023년 원래대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신 해법에 있어 이 후보와 차이가 확연했다.
지난 25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한 윤 후보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소위 매점매석 때문이란 (현 정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양도세도 너무 과도하게, 증여세를 넘어서게 올려버리니 안 팔고 자식에게 증여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좀 나올 수 있게 세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중과세를 유예하는 게 아니라 보유세처럼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장기적으로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집이 한 채인 고령자 가운데 ▶만 60세 이상 ▶종합소득금액 연 3000만원 이하 ▶주택분 종부세액 250만원 초과 등 조건을 갖춘 사람에 한해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내용이다. 몇 년 한시가 아니라 고령자가 집을 팔거나 상속ㆍ증여하기 전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방향이다.
정부, 장기 거주 세액공제 신설 재검토
이와 함께 기재부는 상속 주택, 중종 보유 주택, 공동체 마을 주택 등 부득이한 이유로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의 종부세 등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은 내년 1월 발표하기로 했다. 또 내년 보유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일정 비율 이상 세금을 높이지 못하게 한 제도. 현재 150%)을 낮추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아예 내년 한시적으로 상한을 100%로 설정해 사실상 보유세를 동결하는 효과를 내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넣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예고한 1주택자 보유세 개편안 발표 시점이 대선이 있는 내년 3월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대선 향방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부 방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여야 후보 간 양도세ㆍ보유세 관련 입장차가 큰 것도 시장 혼선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변수에서 세법 등 경제정책을 보호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의 모습인데, 경제정책의 콘트롤타워인 기재부가 (대선이 있는) 내년 3월에 정책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고려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현 정부가 대선을 빌미로 임시방편을 내놔 잘못을 덮으려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