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표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2017년 7월 낸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부동산시장 대응책이 있고, 그동안 30번 가까운 대책을 냈는데, 이번 발표에 빠진 것은 사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같은 자료에 있는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주요 성과’에도 부동산 분야는 없다.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날 같이 발표된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라는 별도 자료에 관련 내용이 있다.
문재인 정부 ‘주거안정’ 자화자찬
집값 등 시장은 여전히 혼돈상태
관련 세법도 신중하게 처리하고
대선 의식한 땜질처방 중단해야
집값 등 시장은 여전히 혼돈상태
관련 세법도 신중하게 처리하고
대선 의식한 땜질처방 중단해야
이 정부가 주거안정을 도모했는지는 몰라도 주거안정을 이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30번에 가까운 정책의 부작용도 상당하다. 대통령도 몇 번 사과했다. 부동산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각종 세금과 연계된 내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토지)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면서 세금폭탄 얘기가 나온다. 서울의 단독주택 상승률은 10%가 넘는다. 내년에 공개되는 공동주택 상승률은 더 높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공시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이 있지만, 고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의 경우 반영률 0.7%다. 당정은 내년 3월 세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땜질 처방이다. 내년엔 어찌 세금이 줄어도 후년엔 확 늘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세부담 증가와 반발은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있었던 ‘주민발의13(California Proposition 13)’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에선 1970년대 주택평가액이 높아지고 재산세 부담이 늘면서 세금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반발이 거셌고 주민발의13이 나왔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재산세 세율 상한을 설정한다. 재산가치 평가의 기준연도를 1975년으로 정하고 연간평가액 증가는 2%를 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도록 한다. 재산평가의 기준연도는 소유권 변동이나 주택 신축이 이뤄진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다. 소유권이 바뀌는 경우 그 재산은 시장가치로 평가되고 이는 이후 평가의 출발점이 된다. 주민발의13의 취득가액 평가 기준은 상당한 논란을 부르며 소송으로 이어졌는데 1992년 연방대법원은 합헌으로 판시했다. 주민발의13은 부작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산세 부담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성 초래를 막고 재산세 부담 변화에 대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원윤희 『역사 속의 세금 이야기』). 지금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만, 주거안정성 보장과 세 부담 예측 취지는 본받을 만하다.
국가란 결국은 세금이다. 나라살림에 돈이 필요하니 세금은 내야 하는 건데 세금 관련법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국민이 힘들게 번 돈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양도세와 보유세 같은 세금 문제를 번갯불에 콩 볶듯이 다룬다. 제대로 된 논의도 없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얼마 전 ‘불공정한 세제’ ‘복잡한 세법과 잦은 개정’ 등 ‘정부 신뢰를 낮추는 10가지’를 발표하면서 이는 곧 ‘세금 신뢰를 낮추는 10가지’ ‘세금이 내기 싫어지는 10가지’와 같은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