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이은 김문기 극단 선택, 수사 차질
원희룡 “윗선 개입·압박 없었나” 의문 제기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0일 유한기 전 포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투신해 숨진 데 이어 21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2015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구속 기소) 아래서 각각 개발사업본부장과 개발1팀장을 맡아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인사들이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를 압박했던 유한기씨의 죽음으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이어지는 윗선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은 힘들어졌다.
숨진 김 처장은 참고인 신분이긴 했지만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과정을 잘 아는 핵심 인물이었다. 실무직원 한모씨가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뒤인 2015년 5월 말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일곱 시간 뒤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팀장이던 김 처장에게 보고했다. 이 조항 삭제로 대장동 사업자인 화천대유는 수천억원의 초과이익을 거뒀다. 김만배 회장 등 대장동 4인방의 공소장엔 김 처장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김 처장은 20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전략사업실(실장 정민용 변호사)에서 빼라고 했다”고 부인했다.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은 같이 일했던 정 변호사가 당일 불구속 기소되고 정 변호사에게 내부 자료를 보여줬다가 공사의 감사까지 받으며 겪은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각한 건 대장동 사업 결재라인 4명 중 2명이 숨지면서 배임의 윗선 수사 역시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이 “윗선의 개입과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수사 초기 유동규씨도 집 압수수색 때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적이 있어 이래저래 석연치 않다.
이제는 몸통이 누구냐는 대장동 핵심 의혹에 더해 검찰의 강압수사, 윗선의 회유 및 압박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경이 우물쭈물하면 특검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대선후보 양측 모두 더 이상 특검 도입에 대해 빈 말은 그만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한데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대장동 특혜 의혹은 물론 위례·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국회의 국정조사 격) 요구안을 모조리 부결시켰다니 민의를 저버리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