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홍순욱)은 21일 이 여사의 계엄포고령 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반란으로 지휘권을 장악했던 1980년에 계엄령을 어기고 불법집회를 한 혐의로 같은 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5월 4일 고려대 도서관에서 열린 시국 성토 농성에 참여해 청계피복노조의 결성 경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연설했다. 같은 달 9일에는 노총 회관에서 열린 집회에서 금속노조원들과 함께 ‘노동3권을 보장하라, 민정을 이양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계엄 당국은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집회라며 이 여사를 지명수배한 끝에 체포해 계엄 포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980년 12월 6일에 열린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 여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10년 만의 일이다. 이 여사에 대한 형의 집행은 면제됐으나 유죄는 그대로 인정됐다.
재심 선고공판이 열린 이날 전씨는 판결이 끝난 후 법정에 도착하는 바람에 어머니의 무죄 주문 낭독을 듣지 못했다. 오전 11시에 예정된 선고공판은 3분 일찍 시작해 4분 만에 선고를 끝내고 오전 11시1분에 재판부가 퇴장했다. 전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왜 어머니를 전국에 수배해서 서대문 형무소에 가두고 수도경비사령부에서 형사재판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 한마디 언급 없이 선고가 끝나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전씨는 “전두환의 총칼에 생명을 잃었던 영령들에게 (무죄 판결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오늘을 반드시 기록해 군부와 권력이 민주주의를 좌지우지하지 않는 세상을 후세에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5·18계엄군이 전국 계엄령 포고령 1호로 어머니를 검거하고 수감해 군사재판을 한 역사적 만행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태일재단은 “국가의 판결은 비록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재단은 “이소선 어머니의 무죄 판결이 역사의 법정이 국가의 법정 위에 서는 마중물이 되리라고 믿는다”며 “이 땅의 모든 전태일과 이소선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죄하기를 사법당국에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