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은 지난 6일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렇게 하면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자금을 빌려줄 여력이 생긴다.
반면 미국은 긴축을 향해 통화정책 방향을 돌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말 회의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Fed는 내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은 “Fed는 ‘매파’(통화정책 긴축), 인민은행은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라고 전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위인 미국과 2위인 중국의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길을 택한 건 경제 상황이 달라서다. 미국은 치솟는 물가가 골칫거리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8% 상승했다. 월간 물가 상승률로는 1982년 6월 이후 39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돈줄을 풀면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헬렌 차오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통화가치 급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일정 수준의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감수하더라도 경기 부양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규모 자본 유출은 인민은행이 엄격한 자본 통제로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느냐는 Fed가 얼마나 빠르게 긴축으로 돌아서고 인민은행이 어느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