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행보는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테이퍼링 규모를 현재의 2배(월 30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다. FOMC 위원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도 내년에 3번 이상 올릴 뜻을 드러냈다. 테이퍼링 종료 시점인 내년 3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일엔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은행의 LPR과 지준율을 인하는 경제 경착륙을 막으려는 정부 의도가 반영됐다”며 “인민은행이 내년에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경기 침체가 걱정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6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6% 아래로 내려간 건 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이 마지막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 홀로 반등'했던 중국 경제는 올해 중반부터 성장세가 둔화했다. 공동부유(共同富裕) 기치 속에 중국 정부가 기업을 강하게 규제했고, 이 와중에 헝다(恒大)발 부동산 부채 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 속 전진(穩中求進)’을 내년도 경제 기조로 삼으며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부양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 흑자를 버팀목 삼아 통화 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대규모 자본 유출은 엄격한 자본 통제로 막으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경제가 서로의 영향력을 상쇄시켜 세계 경제 전반이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자본 흐름의 변화는 Fed가 얼마나 빠르게 긴축하고, 인민은행이 어느 수준으로 완화 정책을 벌일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