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중국서 ‘공유 오피스’ 컨셉으로 날개 달까?

중앙일보

입력 2021.12.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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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서면 유독 공시생, 취준생, 직장인이 공부하거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들이 독서실이나 사무실, 집이 아닌 카페를 찾는 이유가 뭘까? 실제 너무 조용한 도서관이나 사무실보다 카페의 음악과 대화소리 등이 백색소음으로 작용해 집중력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이 지점을 스타벅스가 포착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본토 최초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를 열었다. 개점 이후 이미 많은 고객이 방문했다. CNB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을 위해 디자인된 이 매장은 '사무실 업무의 애로사항을 완벽하게 해결한다'고 전한다.
  

어떤 점이 직장인을 이곳으로 오게 만든 것일까?

  
1/ 100석에 달하는 좌석이 모두 분리
이 공유 오피스 컨셉의 스토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창가에 늘어선 1인 좌석과 반정도 개방된 사무 공간이다. 반 개방형 사무 공간은 다른 좌석에 비해 더 조용하고 독립돼 있어 집중을 원하는 고객이 주로 찾는다.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매장 전체를 둘러보면 앞서 말한 공간 외에도 긴 테이블석, 2인용 테이블, 4인용 테이블, 소파석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비즈니스 미팅, 회의, 휴식, 사교 모임 등 다양한 목적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 매장은 글로벌 부동산회사 캐피탈랜드투자운용 산하의 이차오브릿지플러스(奕桥Bridge+)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운영 중이다. 이차오브릿지플러스는 공유 비즈니스 공간을 설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2/ 유료 회의실 운영, 소규모 프로그램 지원
이 스타벅스 매장은 4인용 회의실 3개, 8인용 회의실 1개를 유료로 운영한다. 카페에서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을 갖는 것이다. 요금은 시간당 각각 50위안(한화 약 9200원), 180위안(약 3만3000원)으로 4인용 회의실은 빌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각 회의실은 조도, 온도, 환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8인용 회의실에는 TV도 제공된다.


유료 공간 예약은 캐피탈랜드 혹은 이챠오 애플리케이션에서 가능하다. 이용자는 매장 도착 후 코드를 스캔해 바로 회의실을 개방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사전에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예약할 수 있다. 회의실 내 QR코드를 스캔해 현장 주문도 가능하다.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3/ 콘센트, 조명, 수납 공간까지, 사무실에 부족한 디테일 충족
이 매장의 거의 모든 좌석에는 콘센트가 설치돼 있다. 테이블 아래에는 별도의 고리가 있어 옷과 가방을 걸기 편리하도록 설계됐다. 또 매장 전체 조명 외에 대부분의 테이블에 독서 등이 설치돼 있다. 직장인이 업무를 하며 겪는 사소한 불편을 포착하고 그 부분을 충실히 보완했다.

중국 상하이 래플스 시티(Shanghai Raffles City)에 생긴 '스타벅스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

  
4/ 업무의 영원한 동반자, '커피'가 주요한 테마  
스타벅스의 정체성을 살려 모든 워크 스테이션마다 꽃, 견과류, 허브, 향신료, 시트러스 등 커피의 다양한 풍미를 나타내는 시각적 요소를 충분히 활용했다. 매장 전체에 퍼지는 자연스러운 커피향과 고소한 베이커리향도 업무 중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로 중국 내 새로운 소비자층을 빨아들일 수 있을까? 

 
스타벅스가 상하이에 이어 다른 지역에도 공유 오피스 컨셉 스토어를 열게 된다면 2가지를 반드시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첫째, 어떤 회사원도 카페를 가기 위해 건물 밖 몇 블록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다시 말해 쇼핑몰보다는 이미 많은 사무실이 입점한 대형 오피스 빌딩에 입점하는 것이 적합하다. 둘째, 직장인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분할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오피스형 카페인 청두의 CAFE G1은 매장 내에 '장기 렌탈 데스크'가 있다. 카페 영업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독립된 회의실과 화장실을 갖춘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들의 니즈를 반영해 업무 중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사운드 공간'을 마련했다. 이렇듯 주 타켓 고객인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행동 패턴을 고려해 유기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제3의 공간' 탐색을 해왔다. 수화 전용 매장, 펫 프렌들리(반려동물 동반 가능) 매장, 베이커리 특화 매장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운영 중이다. 오피스 콘셉도 스타벅스가 큰 비용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모델이다.  
 
현재 중국에는 스타벅스 외에도 이미 많은 '오피스 카페'가 있다. 수익성이 좋은 모델은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중국에서 유독 승승장구하지 못하는 스타벅스가 새로운 컨셉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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