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앙일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9월과 12월 매물 최저가를 비교한 결과 일부 단지에서 최저가가 3개월 전보다 많게는 2억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춘 최저가 매물을 보통 '급매물'이라고 한다. 이를 비교하면 특정 아파트 단지에서 현재 거래 가능한 '적정 시세'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5개 이상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수도권 아파트단지 1511곳을 대상으로 했다. 이 가운데 매물 최저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 동탄센트럴자이로 나타났다.
이 단지의 경우 추석 직후인 9월 22일 등록된 전용 84㎡ 매물 19개 가운데 최저가는 11억1000만원(4층)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에는 9억원(4층)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올해 거래된 이 아파트의 해당 면적 최고가는 11억9000만원(7월·7층)이었는데, 지난달 1일에는 최고가에서 1억9000만원 내린 10억원(9층)에 손바뀜되기도 했다. 화성시 청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일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맞추기 위해 기존 보유 주택을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뻥튀기 호가' 사라지고 '급매' 쌓여
시세보다 수억원을 높은 가격을 부르던 '뻥튀기 호가'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매수 심리가 '매수자 우위'로 바뀐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13일 기준)는 96.3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늘벗마을신창1차 전용 84㎡의 경우 9월 7개 매물의 평균 가격이 7억6357만원이었는데, 이달 매물은 17개로 늘고, 평균 호가도 6억1265만원으로 1억5092만원 감소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 호반베르디움(A14블럭)(9억9566만→8억7227만원) 등도 매물 평균값이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9월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가 한몫했다.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대출마저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얼어붙은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0~30대 수요가 유입되며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오르는 데만 오른다..."2022년 초양극화 장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아파트값 상승세 자체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라는 의견도 맞선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연간 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산연은 "누적된 공급 부족과 경기회복으로 올해보다 상승률은 낮아지지만, 인천·대구 등 일부 공급과잉지역과 단기급등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강남권의 경우 매매호가가 3개월 전보다 크게 오른 곳이 많았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3개월 전보다 매물 수가 11개(14→25개) 늘었지만, 매물 평균 가격은 오히려 3억3757만원 상승했다. 반포동 반포써밋(2억9026만원), 아크로리버파크(2억4231만원),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2억5538만원) 등도 평균 매도호가가 2억원 이상 올랐고, 시세보다 가격 크게 낮춘 급매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