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최애 아이돌을 대체할 수 없듯이, 지구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K팝 팬들(KPOP4PLANET)이 전 세계적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내건 구호입니다.
기후 변화와 K팝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최근 K팝 팬덤에선 최애 아이돌을 향한 '덕질'(팬 활동)과 '기후 행동'을 함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K팝이 전 세계적 유행이 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지구를 위한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길 바라는 게, 팬들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밀실]
'팬덤'과 '환경 운동' 함께 가는 MZ세대
'최애 아이돌' 보고픈데, 죄책감이 든다
"K팝은 사랑으로 장사를 하거든요. 좋아하는 가수가 앨범 판매량으로 성적을 내고, 그걸로 상을 받잖아요. 저희는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걸 돈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어요. 팬들이 앨범이나 굿즈를 필요 이상으로 사게 되는 이유죠."
NCT 팬이라는 박진희(23)씨는 K팝 산업을 '사랑 장사'라고 간단명료하게 소개해요. 팬들의 애정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해당 아이돌 소속사 매출에 찍힌 숫자란 거죠.
문제는 돈보다 죄책감입니다.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가진 MZ 세대는 이른바 '덕질'을 하면서도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박씨는 "추첨으로 이뤄지는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선 앨범을 최소 몇십장씩 구매해야 한다. 또 앨범에 덤으로 들어있는 최애 아이돌의 포토 카드는 랜덤 방식이라,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할 때도 있다"고 설명해요. 필요 없는 앨범 대다수는 그냥 폐기됩니다.
원하는 걸 얻고 나면 뿌듯하지만, 그 후에 쌓인 쓰레기 산을 보면 한숨이 나오죠. K팝 팬인 A씨(30)는 "(아이돌 관련 제품에) 일반적으로 쓰는 소재가 아닌 게 많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활용 안내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도 K팝과 그 팬들이 지구 지킨다
박진희씨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개인이 혼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그냥 안 사고 말지'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면서 "팬 플랫폼이 있으면 각자의 목소리를 모아 산업·기업 등에 강하게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이씨는 "팬들은 오래 전부터 기후 행동을 해왔다"고 해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직접 선물 공세를 펼쳤던 '서포트(Support)' 문화였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식이죠.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인도네시아 팬덤은 지민의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맹그로브 숲에 나무 8735그루를 기부하기도 했어요.
기후에 응답하라, K엔터테인먼트
A씨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굿즈나 MD(각종 물품)를 만들면 더 많은 팬덤을 만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팬들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는 쓰레기에 회의감을 느끼는 만큼, 생산자들이 대안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거죠.
일부 가수들은 이미 변화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수 청하는 1집 〈케렌시아〉 앨범을 친환경 재생 종이로 제작했어요. 해외에선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2022년 '저탄소 콘서트'를 열겠다고 선언했죠.
전 세계적으로 몇백만장씩 팔리는 K팝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달라지는 걸 상상해보세요. 포장지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고, 탈(脫) 탄소 사회에 앞장선다면 많은 자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K팝을 향한 응원도 더 강해질 수 있죠.
시간이 갈수록 K팝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상황. 이러한 팬덤과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K팝은 전 지구에 기후 행동을 널리 퍼트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