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충고하는 놈들의 공통점은 지금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공개 첫날 일본 넷플릭스에서 1위에 오르더니 한국 드라마로 가득 채워진 10위권을 꿋꿋이 지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죠.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기타노의 자서전이 원작으로, 그가 막 코미디언의 길에 접어들던 시기 그에게 웃음의 철학을 가르쳐준 스승 후쿠미 센자부로(深見千三郎)와의 인연을 그립니다.
기타노는 당시 격렬했던 학생운동의 여파로 대학을 중퇴하고 도쿄 아사쿠사(浅草)에 있는 스트립 클럽 '프랑스좌'에서 엘리베이터 안내원으로 일했습니다. 꿈도 계획도 없던 시절, 그의 재능과 순발력을 알아본 사람이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자 프랑스좌의 사장이던 후쿠미죠. 그는 기타노에게 코미디의 기술과 탭댄스는 물론 웃기는 이로서의 자세를 전수합니다. "코미디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선 안 돼.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라."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바보'
콩트를 사랑했고 TV 연기는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며 거부했던 스승을 떠나 기타노는 '투 비트'란 만자이 콤비를 결성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엄청나게 빠른 말투로 세상에 대한 과격한 독설을 퍼붓는 '보케'로 천재성을 인정받았죠.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바보'가 탄생한 겁니다.
그런 그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고 했을 땐 '웃기는 놈이 무슨 영화냐'며 온갖 조롱에 시달렸다고 하죠. 하지만 '그 남자 흉폭하다'(1989)를 시작으로 '소나티네'(1993), '키즈 리턴'(1996), '하나비'(1997), '기쿠지로의 여름'(1999), '자토이치'(2003) 등 서늘한 폭력과 '웃픈' 유머를 담은 수작을 연이어 선보여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듭니다. '하나비'는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해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죠.
'혐한 발언' 하면서 한국인 역할도
무엇보다 놀라운 건 기타노 다케시를 연기한 배우 아기라 유야(柳楽優弥·31)입니다. 한쪽으로 찡그리는 표정, 툭툭 내뱉는 말투까지 완전히 소화해낸 이 배우, 알고 보니 열네 살이던 2004년 칸 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그 '천재 아역'이었습니다.
'꼰대 독설가'인 기타노 다케시를 싫어하는 사람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많습니다. 불륜 소동에 야쿠자 연계설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 등에서 한국을 비하하는 '혐한(嫌韓)' 발언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004년에는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만든 영화 '피와 뼈'에서 주인공인 재일한국인 김준평 역할을 맡기도 했죠.
지난 9월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방송에서 집권 자민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자민당 대신 공산당을 찍겠다"고 말했다가 방송국 앞에서 흉기를 든 우익에게 피습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사쿠사 키드'의 성공으로 기타노 다케시는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하고 싶은 것에 제대로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면서 수많은 독설의 진원지였던 TBS '뉴스캐스터'의 진행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때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팬으로서, 일흔을 넘긴 그가 '기쿠지로의 여름' 같은 작품을 다시 한번 만들어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