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한경면 신창리 해역. 중국 남송(南宋·1127~1279)대 유물이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올해 3차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신창리 수중 유적은 1983년 금제 유물이 발견되면서 존재가 알려진 후 2019년 첫 발굴 조사때 남송대 도자기와 목제 인장 등이 확인됐다.
[e즐펀한토크] 김정석의 경상도 기사의 정석
201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울릉도 앞바다의 ‘러시아 보물선’ 이야기도 대표적인 해저유물 사건 중 하나다. 침몰한 보물선에 150조 원에 달하는 값어치의 금화와 금괴 5000상자가 실려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한낱 영화 속 내용처럼도 들릴 수 있는 보물선 이야기에 전국이 들떴다. 수중 탐사로 침몰된 배의 모습을 담은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수많은 투자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금괴 150조 원어치 실은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함이 ‘보물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 발트함대가 상당량의 금화·금괴·골동품을 배에 싣고 다닌 사실이 알려져서다. 당시 함대는 기술적 한계 탓에 연료와 식수·보급품 등을 중간중간 항구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원거리 항해를 했다. 여기에 장병들에게 임금도 지급해야 했기에 배에 금화·금괴 등을 실었다고 한다.
인양 비용은 ‘코인’으로…투자자들 몰려들어
언뜻 비현실적인 목표처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몰려들었다. 침몰한 돈스코이호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코인 1개당 발행 예정 가격은 200원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이 1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업체 측 말을 믿었다.
하지만 보물선 인양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 또한 과열되는 와중에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신일그룹이 한 편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발굴 보증금 문제였다. 바다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을 승인받기 위해선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와 함께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신일그룹이 보증금 15조원을 낼 능력이 과연 있느냐는 의혹이다. 2017년 신일그룹 감사보고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매출액은 약 925억원, 영업이익은 약 17억원, 유동자산은 약 324억원으로 보증금 15조원을 지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쌓여가는 의혹들…“자본금도 실체도 없는 회사”
여기에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근거 없이 산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업체 측이 나섰다. 당시 신일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어 금괴 가치가 10조 원 수준이라고 낮추는 등 한 발 물러섰고,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발굴허가 신청 서류에는 추정가치를 12억 원이라고 적었다. 정부에 제출한 금액(12억 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보물 값어치를 12만5000배(150조 원)나 부풀린 셈이다.
의혹이 커지자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2018년 8월 7일 신일그룹과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를 비롯해 총 8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향후 수사에서 밝혀진 이들의 사기 금액은 115억8000만원에 달했다.
‘보물선 사기’는 진행형?…기획자 행방 오리무중
그렇다면 이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신일그룹 전 부회장 김모씨는 지난 8월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전 대표이사 허모씨는 징역 4년, 신일그룹 전 대표이사 류모씨는 징역 2년, 돈스코이호 탐사 좌표를 제공한 진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신일그룹 전 회장 류모(46)씨는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류씨는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베트남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됐었다.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지만 아직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