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하기 위해 연산동 국민은행 ATM기 앞을 지나다 5만원권을 쌓아놓고 입금하는 2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A씨는 연거푸 호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는 등 송금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한다.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순간 당황한 A씨는 입금을 멈추고 “지인에게 급히 돈을 보낼 일 있다. 급하다”며 정 경감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잠시 자리를 물려받은 정 경감은 A씨를 옆에 세워놓고 돈을 인출하는 척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시간을 끌었다.
범인을 인계한 뒤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정 경감은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부서에 근무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정년도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 경감은 “경찰의 촉은 어쩔 수 없나 보다”며 “보이스피싱범을 발견하고 빨리 검거해 거액을 다시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A씨를 조사해 사기 혐의 등으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