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코로나 확진자의 폭증 속에서도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1만명 확진자가 나올 것에 대비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같은달 29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방역조치를 즉각 강화해야 한다”는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622명으로 8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989명으로 또다시 최다치를 갈아치웠고, 하루 사망자도 62명을 기록했다.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포함돼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지속한다는 결정 과정에서 일종의 ‘오판’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와 청와대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준비 부족과 관련 참모들에 대한 질책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질책은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최고의 방역전문가라며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앉힌 기모란 기획관 등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아무 설명이 없다”며 “당초 위기 극복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 이들을 경질하고 전문가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 실장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됐음에도 “방역 때문에 의사 출신인 이 실장을 경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보은 인사’ 논란을 빚었던 기 기획관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두둔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과 통일정책비서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들 두 사람은 이번에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강화된 방역조치 기간에 확실히 재정비하여 상황을 최대한 안정화시키고 일상회복의 희망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코로나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고 방역과 민생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정부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국민들과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극복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회복으로 기대가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상실감이 크므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 협조에 대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은 그간 이른바 ‘K방역’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지지율 관리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방역 실패를 인정한 것은 임기말 국정운영 동력의 급격한 약화는 물론 내년 대선에서도 여당 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