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들이켰다’의 함정

중앙일보

입력 2021.12.16 00:0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켰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단일화 압박에 국민의당이 내놓은 답변이다.
 
해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일이 벌써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답변 속 ‘들이켰다’를 ‘마셨다’로 대체해도 뜻이 통한다.
 
문제는 시점을 현재형으로 바꿨을 때다.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있는 거 아니냐” “김칫국부터 들이키면 안 돼요”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들이키고’는 ‘들이켜고’로, ‘들이키면’은 ‘들이켜면’으로 바루어야 한다.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는 의미의 동사는 ‘들이키다’가 아니라 ‘들이켜다’이다. 몹시·마구·갑자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이-’와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기다는 의미의 동사 ‘켜다’가 결합한 말이다. ‘들이켜고, 들이켜니, 들이켜면, 들이켜, 들이켰다’ 등으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들이켜다’에는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쉬다는 뜻도 있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들이켜니 찬물로 씻은 듯 코가 상쾌하다”와 같이 쓰인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는 의미의 동사다. ‘들이키고, 들이키니, 들이키면, 들이키어(들이켜), 들이켰다’처럼 활용된다. “전철에선 서 있는 사람을 배려해 발을 들이키는 게 좋다”와 같이 사용한다.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화분을 들이켜라”의 경우 ‘들이키어라’가 ‘들이켜라’로 준 형태다. ‘들이켜다’가 기본형이어서가 아니다.
 
‘들이키었다’도 마찬가지다. ‘들이켰다’로 줄어든 것이다. ‘들이켜다’와 ‘들이키다’ 모두 과거형일 때 ‘들이켰다’로 활용 형태가 같다 보니 기본형을 혼동하는 일이 잦지만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