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은 갱신주기에 해당하는 가입자만 적용된다. 갱신주기가 3년 또는 5년이었던 2013년 이전 가입자의 경우 갱신주기에 맞춰 과거 인상분이 한 번에 반영된다. 보험사의 주장대로 보험료가 오른다면 가입자에 따라 체감 인상률은 50%를 넘게 된다.
실손보험료는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올랐다. 4대 손보사(삼성·현대·KB·DB) 기준 1세대 실손은 평균 17.5~19.6%, 2세대 실손은 11.9~13.6%씩 인상됐다. 3세대 실손(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은 보험료가 동결됐다.
지난해 인상에도 보험사는 올해도 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료 인상에도 손실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 말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요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이 지난 4년간(2017~20년)의 평균 보험금 증가율(16%)과 보험료 인상률(13.4%)을 토대로 향후 10년(2022~31년)간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보험사가 실손보험 상품으로 떠안게 될 적자는 112조3000억원이다.
보험연구원은 매년 19.3%씩 보험료를 올려야 2031년 이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가 계속될 경우 25년부터 적자 산업으로 전환하고, 보험사 대량 파산 등의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을 추진해왔지만, 비급여 진료로 나가는 보험금은 줄지 않고 있다. 각 의료기관에서 비급여로 남은 항목의 진료비를 크게 올리면서다.
예컨대 A병원의 백내장 수술 진료비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7월에는 검사비 390만원, 렌즈비 91만원이었는데, 검사비가 급여화된 지난 9월 이후에는 검사비 3만원, 렌즈비 478만원으로 바뀌었다.
반면 하위 10%에 지급된 보험금은 303억원(1인당 2만3100원)에 불과했다. 다수의 가입자가 과도하게 보험금을 수령하는 소수로 인해 보험료 상승의 피해를 보는 셈이다.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 문제와 보험료 인상 시 소비자의 늘어난 부담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치솟은 물가와 내년 대선 등의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보험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도 각 보험사는 20%가량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절반 수준의 인상률만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