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면봉, 1급 발암물질 묻어있다" SNS 발칵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13:55

수정 2021.12.1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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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PCR 면봉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에틸렌 옥사이드(EO) 등 독성 물질들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이 코 깊숙히 침투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11월 제주시 인터넷신문고에 올라온 한 게시물의 내용이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쓰는 코로나19 PCR 검체채취 도구인 면봉에 발암물질이 묻어 있다는 주장이다. ‘면봉=발암물질’ 이라는 주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PCR 진단검사가 늘면서, 블로그, SNS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급기야 일부 시민은 PCR 검사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팩트체크]

이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PCR 검사용 면봉에 EO가 묻어 있다. (X)
▶PCR 검사용 면봉을 휘발성이 강한 EO가스로 소독한다. (O) 
 

EO는 소독법 나타내는 표기, 성분 아냐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면봉 겉포장지에 'EO'라고 적혀 있다. EPA/Koen van Weel. 저작권자 연합뉴스

 
PCR 면봉 포장재엔 ‘EO’라고 적혀 있다. 이게 ‘면봉에 EO가 묻어 있다’→‘PCR 검사때 체내로 흡입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진 걸로 보인다.  
 
하지만 면봉 포장재 속 ‘EO’는 면봉 성분이 아닌 소독법을 나타낸 표기다. 가스 형태의 EO는 살균력이 뛰어나다. 멸균 후엔 증발하기 때문에 잔류도 쉽지 않다. 이에 EO가스는 의료기기 소독에 널리 쓰이고 있다.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50%를 EO가스로 소독한다. 포장재에 ‘EO’라고 적혀 있으면, EO 가스 소독을 마쳤다는 의미다. 
  
EO가스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의료기기 소독방식은 여럿이다. 121도의 고온에서 가압증기에 노출시키는 고압증기멸균, 오븐에 굽는 건열멸균, 강한 에너지를 쪼이는 방사선멸균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독법들은 소재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단 단점이 있다.  
  
EO가스 멸균법은 37도~63도의 상대적 저온에서 소독이 가능하다. 금속 부식성도 없다. 열이나 습기에 약한 미세 기계나 플라스틱, 유리, 고무 제품은 대부분 EO가스로 소독한다. 면으로 된 붕대나 면봉도 마찬가지다. 물론 허용기준도 마련돼 있다.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에 따르면 EO가스 잔류량은 24시간 이내 접촉 의류기기의 경우 4mg으로 정하고 있다. 국제 공통기준(ISO 10993)이기도 하다. 잔류량도 검사한다.
 
또 검체채취용 면봉이라고 해 일반 의료용 면봉과 성분이 다르지 않다. 나일론, 폴리아마이드(섬유) 등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전문가, "EO가스가 남을 가능성? 희박해"

EO 가스는 의료기기 제품 소독에 널리 쓰인다. 한 주사기 박스 겉면에 EO 가스로 살균됐다는 의미의 표시가 돼 있다. 뉴스1

  
혹시 소독한 면봉에 EO가스의 상당량이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 교수는 “EO가스는 휘발성이 있어 (소독 후)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고농도로 남아있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며 “소재 변형·파괴 없이 무균 상태를 만들 수 있어 의료기기 소독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사기가 대표적이다. 주사기의 경우 대부분 포장지의 한 쪽은 타이벡 등 통기성이 있는 소재, 한 쪽은 비닐로 돼 있다. 이에 포장한 채로 EO가스로 소독해도 8~12시간의 세정 시간을 거치며 가스가 배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 PCR 면봉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4월 영국에서도 PCR 검사용 면봉에 발암물질이 묻어 있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확산됐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EO가스 멸균법에 대해 답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