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위원장단은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이렇게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요약하면 이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산업박물관이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계에서 이야기가 정리되면 서울시도 협조하겠다.”
이런 미적지근한 반응이 나온 이유는 있다. 산업박물관 건립을 둘러싼 실패의 역사 때문이다.
그사이 아쉬운 대로 작은 박물관들은 생겼다. 서울시가 60년 구로공단 역사를 기념하겠다며 ‘국내 최초 산업박물관’이라고 명명한 ‘G밸리산업박물관’이 지난달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현대차·롯데제과 등 일부 기업도 자사 박물관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대중적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꼽히는 미국 헨리 포드 박물관 같은 곳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상황이 꼬이면 기본 전제부터 돌아보는 게 맞다. 대한민국은 왜 그 오랜 세월 그럴듯한 산업박물관 하나 짓지 못했을까. 지역 정치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 설정에 문제는 없었을까. 연말이면 대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며 각종 사회 공헌 사업을 벌였다고 자화자찬성 자료를 쏟아낸다. 그렇게 많은 공익사업을 하는데 왜 괜찮은 산업박물관은 못 만들까. 다시 한번 자문하게 된다. 박물관 수준이 곧 그 나라 문화 수준이란 말이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