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5개월 남기고 이제야 “논의 착수”
다자간 자유무역 소외되면 기업만 손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가입 검토”를 얘기했고, 홍 부총리도 “11월 초에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언과 비교하면 너무 지연된 감이 있다. 더구나 CPTPP 가입에는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고, 조건이 까다로워 지금 신청해도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CPTPP에 반대하는 농민 등 여론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CPTPP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후인 2018년 일본이 주도하고 호주 등 나머지 국가가 중심이 돼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일본을 필두로 캐나다·호주·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개방 수준도 다른 FTA에 비해 상당히 높다. 올해 9월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졌다.
CPTPP 11개국의 무역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한다. 인구로 보면 6억9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CPTPP 가입국은 역내 자유무역을 통해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나치게 높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FTA를 맺지 않은 일본·멕시코와 FTA를 맺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한국처럼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은 원부자재 공급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 대국이지만 그간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가입에 소극적이었다.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으로 농업 부문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더 이상 CPTPP 가입을 늦춰서는 안 된다. 중국·대만까지 뛰어든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에 소외될 경우 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건 자명하다. 일본이 CPTPP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가입 추진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여론 눈치보기가 아닌, 실제 가입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