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문가들은 정사(正史)를 기초로 한 대하사극이 다시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처럼』, 『정조평전』 등을 낸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위화도 회군도 잘 묘사했고,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자 개성에서 남아있던 이방원이 포천으로 가서 두 어머니를 모시고 달아나는 장면 등 사료에 나온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회 만에 9%대 시청률이 나온 것을 보면, 주말 밤 시간대에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인 KBS는 트렌드한 팩션 사극보다는 이러한 대하사극을 과감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직 초반인 만큼 시작부터 날을 세워서 보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 강씨(예지원)도 마찬가지. 남편의 회군 소식에 향후 남편의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박현모 교수는 “그동안 대하사극은 남성 중심이고, 여성은 사랑을 얻으려 애쓰거나 경쟁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리더로 그려낸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첫 회 후반부에 등장한 개경 공방전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조민수(박상조) 군대에 맞서 최영(송용태)이 이끄는 방어군이 개경에서 벌인 전투다.
하재근 평론가는 “‘태종 이방원’에서 대규모 전투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너무 간소했던 거 같다”며 “제작비 부담 때문일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장영실’ 이후 5년간 OTT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보였다. 전투신이 약하다 보니 무장들이 앞에 나와 대사로 긴박함을 처리하는 과거의 클리셰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태종실록』 전편을 완역 중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은 “‘태종 이방원’의 부제가 ‘가(家)를 넘어서 국(國)으로’이다. 태종은 국가를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 형제, 아버지, 처가 나중에는 아들과도 불화했던 인물”이라며 “우리가 태종으로부터 얻어야 할 메시지는 공(公)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공(公)의 붕괴인데, 드라마에 이런 메시지가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