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여의도 식당가 내 한 한식당 주인 A씨는 점심을 맞아 밀려드는 손님을 보며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증명하는 QR코드 시스템에 오류가 나 접속되지 않는 돌발 상황이 벌어져서다. 가게 입구에 선 손님 10여명은 “이거 왜 이래요”라며 하얗게 변해버린 휴대전화 화면을 내보였다. 5분여가 지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결국 손님들은 인증 없이 자리로 갔다. A씨는 “‘안심콜’을 임시방편 삼아 이거라도 해달라며 손님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앱 오류에…식당·카페 곳곳 혼란
경기도 수원시 한 중식당에서는 자리에 앉은 손님 12명이 스마트폰을 연신 흔들어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새로 고침된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밥이 나온 후에도 휴대전화를 계속 흔들어봤는데 화면이 뜨지 않았다”며 “가게도 포기한 눈치라 인증 없이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사정은 도서관 등도 비슷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도 방역패스 인증 앱이 한때 멈춰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학원생 송모(27)씨는 “평소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방역패스앱 접속이 잘 안 되면서 출입구에 20명이 일시적으로 몰렸다”며 “방역패스를 쓰라고 했으면 서버 같은 시스템적 준비를 미리 해놨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인은 발길 돌리고, 무인점포는 여전히 사각지대
‘방역패스 사각지대’로 떠오른 무인점포에서는 별도 방역 관리 인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 내 스터디 카페 10곳을 살펴보니 방역패스 점검 인원을 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키오스크에서 QR 인증을 요구하는 곳도 1곳뿐이었다. 사실상 돈만 내면 스터디 카페 이용에 제약이 없던 셈이다. 스터디 카페 업주 최모씨는 “1시간에 2000원 버는 업종에서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건비보다 과태료가 싸게 먹히기 때문에 ‘배 째라’ 식의 태도를 보이는 업주가 많다”고 전했다.
단속 지침도 없고…“탁상공론” 비판 여전한 방역패스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계도기간이 끝난 첫날인 만큼 단속을 하진 않았다”며 “단속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 상급기관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