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펜 가는대로 슥슥 선 긋자 나만의 3D 작품 나왔어요

중앙일보

입력 2021.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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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연(왼쪽)·김민아 학생기자가 3D 펜으로 각각 아보카도 인형과 에펠탑 미니어처를 만들어봤다.

2년 전 3D 펜을 사용해 일부 파손된 벽에 선을 긋고 면을 만들어 이를 수리하는 유튜브 영상이 전 세계의 누리꾼들을 매료시켰어요. 약 300만 구독자를 사로잡은 3D 펜 전문 유튜버 '사나고'의 작품이죠. 이 영상은 2021년 12월 초 기준 약 2927만 뷰를 기록했어요. 사나고의 채널에선 3D 펜으로 만든 미니어처 항공모함 피겨부터 조선 시대 갓까지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만날 수 있는데요. 내가 상상한 대로 선을 그으면 그대로 형태가 구현된다는 게 3D 펜의 매력이죠. 게다가 배우기도 쉬워요. 김민아·윤수연 학생기자가 3D 펜의 원리와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벨커스를 찾았어요. 3D 펜과 3D 프린터를 활용한 공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김영찬 대표가 소개했죠.

김영찬 벨커스 대표가 3D 프린터와 3D 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3D 펜과 3D 프린터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공방 한쪽을 차지한 3D 프린터를 유심히 살피던 민아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일반 프린터에 잉크가 필요하듯 3D 펜과 3D 프린터에도 필라멘트라 불리는 재료가 들어가요. 3D 펜과 적층형 3D 프린터는 도면을 바탕으로 열을 가하면 물렁물렁해지는 ABS 수지나 PLA 같은 합성 플라스틱, 즉 필라멘트를 재료로 삼아 입체 형태 물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다만 3D 펜은 기계가 아닌 여러분의 손으로 형상을 그린다는 점이 차이가 있죠."  
 

3D 펜의 내부. 필라멘트를 녹이는 헤드와 녹은 재료가 나오는 노즐이 핵심이다.

3D 프린터는 미리 입력된 도면의 모양에 맞춰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올려 형태를 만드는 적층형과 덩어리를 원하는 형태로 조각하듯 깎는 절삭형으로 나뉘어요. 절삭형은 재료 손실이 크기 때문에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3D 프린터는 대부분 적층형이죠. 3D 프린터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고온에서 녹은 재료는 펜으로 치면 잉크에 해당하고, 재료를 녹이는 헤드는 용광로, 노즐은 펜촉과 같죠. 또 노즐이 위에서 형태를 그려나가는 제작단은 캔버스라고 이해하면 돼요. 김 대표가 둥근 선반을 만들던 중이던 3D 프린터의 내부를 열어서 소중 학생기자단에 보여줬어요. "전용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형태를 그리면 3D 프린터가 그걸 입체적으로 구현해요. 원하는 형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죠. 요즘은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3D 펜은 3D 프린터에서 필라멘트를 녹이는 부분인 헤드와 노즐만 따로 떼어내 펜의 형태로 만든 겁니다. 즉 3D 프린터가 물건을 그리는 방식을 펜으로 옮긴 거죠. 미국 기업 워블웍스가 2013년 선보인 시제품이 그 시초로 알려졌어요.  

3D 펜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 (왼쪽부터) 필라멘트, 3D 펜, 가위, 히팅건.

 
"3D 펜에 넣어서 사용하는 필라멘트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김 대표의 설명을 듣던 수연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앞서 언급한 ABS 수지나 PLA 수지를 많이 써요. 오늘은 특히 여러분을 위해 PLA를 준비했어요. 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이기 때문에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고, 폐기할 때도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는 재질이거든요. 필요한 만큼 가위로 잘라 쓰면 돼요." 김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있던 빨강·노랑·회색·보라·파랑 주황 등 여러 색깔의 필라멘트가 놓인 이동식 선반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3D 펜은 3D 프린터에서 필라멘트를 녹이는 부분인 헤드와 노즐만 따로 떼어내 펜으로 만든 물건이다. 도안을 따라 그려 조각을 완성한 뒤 필라멘트로 붙이면 입체적 형태가 탄생한다.

 
3D 펜의 사용법을 알려면 먼저 구조를 파악해야 해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인 생김새와 기능은 비슷하답니다. 김 대표가 3D 펜 몸체를 덮고 있던 플라스틱 커버 한 면을 벗겨서 내부를 보여줬어요. "펜의 촉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까 언급한 노즐이에요. 그리고 펜의 옆면에는 현재 온도를 알 수 있는 LCD 화면과 온도 조절 버튼이 있죠. 그 옆면에는 출력 버튼과 퇴출 버튼이 있는데요. 출력 버튼을 누르면 필라멘트가 나오고 퇴출 버튼을 누르면 필라멘트가 제거돼요. 또 다른 면에는 긴 버튼이 하나 있는데, 속도를 조절하는 슬라이드 버튼이에요. 노즐에서 먼 방향으로 놓으면 필라멘트가 빨리 나오고, 노즐에서 가까운 방향으로 놓으면 필라멘트가 느리게 나와요. 또 3D 펜 노즐 반대편에 해당하는 펜의 끝부분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큰 구멍은 충전 단자고 보다 작은 구멍은 필라멘트를 삽입하는 구멍이에요. 끝까지 집어넣은 뒤 출력 버튼을 누르면 돼요.  


3D 펜은 일반 펜을 잡듯이 손에 쥐고 사용하면 된다. 다만 필라멘트가 녹아서 나오는 노줄은 온도가 약 215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제 직접 3D 펜으로 내가 원하는 형태를 구현해볼 차례예요. 민아 학생기자는 에펠탑 미니어처를, 수연 학생기자는 절반으로 잘린 아보카도 인형을 만들기로 했어요. 언뜻 보면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정해진 도안에 필라멘트로 여러 번 선을 그린 뒤, 그걸  떼어내서 합쳐주면 입체적 형태로 쉽게 완성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에펠탑의 경우 코팅된 도안을 따라 3D 펜으로 파란색과 하얀색, 붉은색 필라멘트를 사용해 그려서 하나의 평면적인 기둥을 만들어요. 그리고 도안 위에서 완성된 형태를 떼어내어 분리합니다. 이 과정을 4번 반복해서 필라멘트로 4개의 기둥을 붙여주고, 꼭대기에 작은 기둥을 하나 추가하면 에펠탑이 완성되죠.  
 
"색깔을 바꾸는 과정에서 필라멘트를 뺄 때 절대 노즐에 손을 대면 안 돼요. 온도가 약 215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위험해요. 다 쓴 필라멘트는 출력 버튼을 눌러서 충분히 빼준 뒤, 가위를 사용해서 잘라주세요. 가끔 색이 섞여서 묻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헤드 부분에 다 쓴 필라멘트가 남아있어서 그래요. 뜨거우니까 물티슈를 3장 정도 겹쳐서 헤드를 살짝 닦아 제거해주세요."(김)  

똑같이 생긴 4개의 기둥을 만든 뒤 필라멘트로 연결해 입체적 형태가 된 에펠탑 미니어처. 필라멘트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히팅건으로 굳은 부분을 녹여 작업하기도 한다.

 
약 3시간 동안 집중해서 에펠탑 기둥 4개를 완성한 민아 학생기자. 그런데 기둥과 기둥을 붙이려니 쉽지 않네요. 필라멘트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면적이 넓은 곳을 이어 붙일 때는 어려움이 있어요. 이럴 때는 히팅건으로 해당 부분에 열을 가합니다. 다만 온도가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혼자 사용하지 말고 부모님이나 어른의 도움을 받으세요. "히팅건은 좁은 면적의 온도를 집중적으로 높여주기 때문에 필라멘트가 잠시 말랑말랑해져요. 그때 원하는 형태로 구부리거나 면과 면을 접착하면 돼요."(김)  
 
수연 학생기자의 아보카도 만들기는 일단 도안을 따라 곡선 형태의 지지대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도안 위에 녹색 필라멘트로 8개의 지지대를 그린 뒤 아래와 위 꼭지를 같은 색의 필라멘트로 붙이면 입체적인 타원형이 탄생하죠. 이 지지대 위에 조금씩 같은 색으로 선을 그어서 면을 채워주면 아보카도 껍질이 돼요. "필라멘트로 안쪽부터 고체를 만들어서 형태를 완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재료도 많이 들어서 이렇게 기둥이나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를 채워서 면이 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해요."(김) "학교에서 3D 펜으로 안경테를 만들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아보카도는 그것보다는 약간 복잡한 형태인 것 같아요." 익숙한 듯 도안 위를 3D 펜으로 쓱쓱 그려나가던 수연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필라멘트로 그린 8개의 지지대를 기반으로 탄생한 아보카도 인형. 기둥이나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를 덮는 건 3D 펜으로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방법이다.

 
이제 씨앗과 속살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도안에 표시된 대로 연두색과 베이지색, 갈색을 차례대로 필라멘트로 채워주면 하나의 면이 탄생하죠. "외곽부터 채우고 내부를 채우면 돼요."(김) 이 면을 아까 만든 아보카도 껍질 위에 올린 뒤 필라멘트로 붙여줍니다. 씨앗에 입체감을 좀 더 주기 위해 갈색 필라멘트로 작은 곡선 4개를 그린 뒤, 평면 형태의 아보카도 씨앗 위에 차례대로 붙이고 빈 공간을 면이 되도록 채워주세요. 아까 만든 아보카도 껍질과 동일한 과정이에요. 마지막으로 검은색 필라멘트로 팔과 다리를 각각 2개씩 만들어 붙이고, 얼굴에 표정까지 그려 넣어주면 금방이라도 내게 말을 걸 것 같은 깜찍한 아보카도가 완성돼요.
 

내 손길이 가는대로 입체적 형태가 탄생한다는 게 3D 펜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다.

"3D 펜을 잘 활용하면 나만의 인테리어 소품 컬렉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아 학생기자가 완성된 에펠탑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봤어요. "3D 프린터와 원리가 같다는 걸 알고 나니 신기하네요." 아보카도에 마지막으로 깜찍한 볼 터치를 그려 넣던 수연 학생기자가 3D 프린터와 자신의 손에 쥔 3D 펜을 번갈아 살피며 말했어요. 내가 상상하는 형태를 내 손길을 따라 그대로 만들어주는 3D 펜의 매력, 소중 친구들도 함께 경험해봐요.  
3D 펜으로 작품 활동하는 3D 펜 아티스트

최은진 대표의 작품 중 하나인 '맘의 우산'. 검은색 필라멘트를 사용해 검정 펜으로 그린 것 같은 효과를 줬다.

캔버스에 머무는 일반적인 그림과는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말의 홍수'. 3D 펜의 재료인 필라멘트가 빨리 굳어서 고정이 쉽다는 점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3D 펜은 필라멘트로 내가 원하는 형태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죠. 언뜻 생각하면 정교한 작업이 어렵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숙련도가 높으면 3D 펜을 활용해 예술 작품도 만들 수 있어요. 3D 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최은진 워크핸즈 대표가 소중 독자들을 위해 필라멘트로 만든 작품을 보내왔습니다. 3D 펜과 친해지면 여러분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3D 펜은 펜처럼 생겼는데 다양한 물체를 쉽게 입체로 만들 수 있어요. 3D 펜 안에는 필라멘트가 들어가는데, 이걸 녹여서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요. 예전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었으나 지금은 인체에 무해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져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필라멘트가 나오는 앞부분 노즐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주의해서 사용했죠. 3시간 정도 열심히 만들다 보니 멋진 에펠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김민아(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예전에 3D 펜을 체험해본 적 있어서 생소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3D 펜이 어떻게 구동되는지 원리를 알고 나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3D 프린터는 3D 펜과 같은 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며, 3D 펜은 사용할 때 약 215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죠. 또 3D 프린터는 1층씩 쌓아 올리며 만드는 것에서 3D 펜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 쓴 필라멘트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서 달달한 냄새도 났어요. 옥수수 전분을 고체로 만든 걸 재료로 3D 펜을 사용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죠.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3D 펜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수연(경기도 안곡중 1)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