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온라인 플랫폼 ‘나무위키’를 공약 발표 무대로 택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정책총괄본부장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정책은 나무위키로 간다”고 했다. 윤 후보측은 향후 모든 정책과 공약을 나무위키를 통해서 하겠다고 한다. 왜 나무위키일까. 나무위키가 뭐길래.
나무위키가 뭐야?
● 현재 99만여개 문서가 개설되어 있고, 월간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국내 10위권이다. 웹트래픽 통계 사이트인 알렉사닷컴 기준 한국 11위로, 넷플릭스(12위)나 페이스북(14위)보다 방문자가 많다. 디씨인사이드(22위), 에프엠코리아(28위), 루리웹(42위) 등 커뮤니티 카테고리에서도 나무위키의 트래픽 순위가 가장 높다.
● 나무위키에는 키워드 관련 인물이나 사건의 전후좌우 맥락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10~20대 사이에선 궁금하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인 이슈를 빠르게 훑어보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유머와 풍자가 뒤섞인 스토리텔링,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는 타래형 정보, 내가 아는 걸 남들과 공유하는 걸 즐기는 인터넷 문화가 결합했다. 최근엔 연예인이 직접 자신의 위키 정보를 읽고 수정하는 ‘나무위키 읽어보기’가 유튜브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이나 학위 논문들도 나무위키 문서를 인용하기도 한다.
나무위키와 대선, 이게 왜 중요해?
● 실제 나무위키는 2030 세대의 지식 창구 역할을 일부 하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나무위키 사용자가 많다보니 검색량을 반영하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도 나무위키 문서가 상위에 등장한다”며 “한국에서 나무위키는 인터넷 용어사전이자 각종 문화 담론과 관련된 중심 지식 정보 제공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나무위키 특징은
● 주관성도 유머로 인정 : 나무위키가 위키백과와 다른 건 구어체 중심으로 야사(野史)나 주관적 의견까지 담고 있다는 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과 논쟁이 편집 과정에 반영된다. 김수아 교수는 '지식의 편향구조와 혐오(2019)' 논문을 통해 “나무위키 편집에서 ‘드립’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유머와 밈(meme)으로 통한다”며 “이는 한국 온라인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기준”이라고 평가했다. 주관적인 서술도 나무위키에서는 유머로 허용된다는 의미다.
● 편집 원칙 = 토론 : 나무위키의 편집 원칙은 토론을 통한 결정이다. 가입만 하면 누구나 문서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 문서 중 논란이 되는 내용이 있으면 참여자들의 토론 합의로 수정된다. 예컨대 윤석열 후보의 나무위키 경제전문가 미담 서술 부분은 ‘토론을 통해 김소영 서울대 교수의 발언으로 합의되었습니다’라고 정리되는 식.
우려할 점은 없나
● 운영사도 깜깜이 : 나무위키 운영사인 우만레(Umanle SRL)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알려진 바는 없다. 우만레는 본사는 우르과이, 서버는 슬로바키아, 도메인은 파나마에 두고 있는 유한책임회사로만 알려져 있다.
● 나무위키에선 8일부터 국민의힘의 나무위키 활용 계획을 두고 토론이 시작됐다. 어떤 문서에 정책을 담아야 하는지부터, “외부집단의 문서 사유화가 아니냐”, “정치 프로젝트를 따로 만들자” 등 120개 이상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참여냐 전쟁이냐…앞으로는
● 박병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집단지성을 추구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지만, 국내 위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술을 두고 끝임없이 편집 전쟁이 일어날 만큼 갈등이 심하다”며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지지후보나 진영에 따라 나뉘어 나무위키라는 노드(Node · 정보 교환 지점)에서 충돌할 수 있기에, 참여형 정책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무위키가 사이버 반달리즘(문서 훼손)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이에 대해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장은 “선대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집단지성과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며 “언제든지 정책 원본과 사실관계를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무위키 토론에선 이런 방침을 두고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후보 측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부정적 서술은 다 지워버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정책 의견을 받기 위해 온라인 협업도구 ‘노션(Notion)’도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