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세종연구소에 부과된 부동산 보유세는 종부세 약 22억원과 재산세 약 5억원 등 총 약 27억원이다. 자연녹지로 분류돼 있는 본관 건물 옆 약 1만 7520㎡(약 5300평) 규모의 운동장이 대상이다. 당초 세종연구소가 납부하던 종부세는 아무리 많아도 10억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과 함께 나대지로 방치된 부지에 대한 적용세율이 높아지면서 올해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현대 등 대기업서 출연금 500억원 공여
세종연구소는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순직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재단 명목으로 1983년 설립된 ‘일해재단’이 전신이다. 세종연구소로 출범한 것은 1988년으로, 주요 대기업에서 약 500억원의 출연금과 현재의 연구소 부지를 공여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종연구소는 기금 이자 수익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발전기금 등 외부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회원제 운영 등 별도의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기금 운용에만 의존한 게 문제가 됐다. 현재 세종연구소에 회원으로 등록해 회비를 내는 인원은 단 한 명뿐이라고 한다.
정부·정치권 외풍 타며 재정 악화 방치
연구소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외교부도 사실상 상황을 방치했다. 세종연구소는 외교부 등록 재단법인으로, 연구소 임원 변경이나 기금 사용 등은 외교부의 승인사항이다. 이에 민간 싱크탱크임에도 이사장 등 선임에 정부가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 ‘외풍’을 타게 한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연구소의 재정난에 대해서는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경고를 거듭한 게 전부다.
전직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특단의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정부의 입맛에 따라 이사장과 소장이 임명됐고, 이들 대부분이 경영난 타개보다는 정권에 줄 서는데 주력했다”며 “내 임기 안에만 문제가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상황을 방치하는 ‘폭탄 돌리기’가 10년 넘게 계속되며 위기가 심화했다”고 말했다.
기금 소진 가속화…"이대론 3년 못 버텨"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이어지면 향후 종부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세종연구소의 1년 인건비(약 30억원)보다 많아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이르면 2025년이면 기금 고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종연구소는 이를 막기 위해 임대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1만 7520㎡(약 5300평) 규모의 운동장 부지에 근처 주차장 등 유휴 부지까지 합치면 약 3만 3057㎡(약 1만평)인데, 이 땅에 연구개발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종연구소는 2018년 3월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청에 용도 변경을 신청했고, 현재 해당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소는 3년 안에 사업자 선정과 건물 준공 등을 마무리해 2025년엔 임대 수익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운동장 부지 '연구산업단지' 전환 계획
또 다른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사실 수많은 민간 싱크탱크가 고질적 재정난을 안고 있다. 사회적 공공재에 해당하는 연구소가 이런 고민 없이 연구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간 연구소가 재정 악화로 문을 닫는다면 연구소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소 부지에 착공이 시작되면 부동산 보유세가 7억원 규모로 줄어든다. 또 향후 연구소에 겸임연구원ㆍ비상근연구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인건비 규모도 점차 줄여나가는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