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11일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원정 1차전을 1-0으로 이긴 대구는 무승부만 기록해도 2018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지난 5일 울산과 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이근호를 키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도 "부상자 등 전력 손실이 크다. 현재 팀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는 이근호"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지난해 울산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1년 임대로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대구는 그에게 '재2의 고향' 같은 곳이다. 2007년 대구로 온 뒤 2시즌 동안 23골을 터트렸다. '태양의 아들'이란 별명과 함께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13년 만에 대구로 돌아와 과거 등번호인 '22번'을 다시 단 이근호는 '클래스'를 입증했다. 거의 교체 출전이었음에도 41경기(컵대회 포함)에서 네 골을 터트렸다. 강원FC와 FA컵 4강전에서도 1-0 승리를 이끈 라마스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대구는 K리그 3위로 ACL행을 이미 확정했다. 하지만 우승이 절실하다. 3위는 ACL 본선에 직행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데, FA컵 우승팀은 본선(40개 팀)에 직행한다.
K리그 4위 제주는 대구의 FA컵 결과에 ACL 출전권이 달려 있다. 대구가 FA컵에서 우승하면, 3위에게 주어지는 PO 티켓이 4위에게 넘어간다.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는 "울산 시절 근호 형과 함께 뛰었다. 근호 형에게 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웃었다.
이근호는 "몸 상태는 괜찮다. 팀 분위기도 좋다. 내 경우엔 경기를 풀타임으로 계속 뛴 건 아니라서 큰 문제가 없다. 다행히도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끌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규에게 걱정 말라며 "정말 간절하면 '대팍'에 와서 응원해. 표는 내가 구해줄게"라고 웃었다.
이근호는 "2018년 우승했던 선수들도 남아 있다. 경험을 한 것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1차전도 큰 스코어는 아니지만 1-0으로 이겼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선수단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그 경기가 대구에서 뛴 마지막 경기였다. 아직도 생생하다. 제주도에서 FA컵 경기가 열려서 홈 팬들과도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다. 지면서 팀을 떠나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FA컵을 마지막으로 이근호의 임대기간은 끝난다. 어쩌면 이번 FA컵도 대구와 작별하는 경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올해 걱정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리그를 3위로 잘 마쳤고,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다. 마무리를 잘 짓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팬 분들도 저희와 같이 싸운다는 마음으로 많이 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