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전문가’ 윤성근 위해 뭉친 법원 동료들
윤 부장판사는 수년 전 담도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했다. 최근 말을 하기 어려울 만큼 건강 상태가 악화했다. 이에 강민구 부장판사 등 사법연수원 14기 동기 187명이 힘을 합쳐 지난달 17일 48시간 만에 전자책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을 출간했다. 책을 통해 윤 부장판사의 사법 정신을 알리고 치료비를 모으려던 목적이었다. 392쪽 분량의 책에는 윤 부장판사의 언론 기고문과 강연 녹취록 등을 모았다. 종이책도 함께 발간했다. 책은 발간된 지 2주만인 지난 2일 1쇄 5000권이 완판됐다고 한다.
236쪽에 달하는 후속편은 강 부장판사가 30시간 만에 만들어냈다. 강 부장판사는 지난달 아들 결혼식에 겨우 참석한 윤 부장판사의 건강 상태를 보고 출간을 결심했다고 한다. 책에 수록한 후배 판사들의 편지는 30명에 달한 윤 부장판사의 배석판사를 모아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여기에 올라온 글을 모아 제작됐다.
후배 판사 “피고인 절망을 위로한 법관”
“이번 일로 수형 생활을 하게 됐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스스로 돌아보며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정의정 광주지법 부장판사(41·35기)는 2007년 형사합의부에서 일할 당시 윤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적었다. 정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이라고 하면 엄숙한 분위기에서 피고인을 꾸짖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원장님은 온화하신 표정과 음성으로 피고인의 절망을 위로하며 재기할 것을 당부했다”며 “불가피하게 실형을 선고하는 피고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원장님 말씀은 이후 법관 생활을 하며 저를 돌아보게 했다”고 전했다.
200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윤 부장판사의 배석판사로 근무한 문보경 대전지법 부장판사(50·27기)는 책에서 “윤성근 부장님을 모시고 일반민사부로 배치된 것을 확인했고 운이 좋다는 주위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며 “연말에 지난 배석 판사님들이 보내주는 연하장을 사무실 한쪽에 놓아두시고 기뻐하시던 모습 등은 제가 소중히 간직하는 기억”이라고 회고했다.
윤 부장판사가 처음 부장판사로 부임하던 2000년 배석판사를 맡은 박영호 수원지법 평택지원장(51·26기)은 “윤 원장님이 판사가 된 후 재판장으로서 멋지게 재판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려고 어리던 두 아들을 법정에 데려와 방청하도록 하면서 보여준 행복한 미소가 잘 어울리셨다”며 “부디 하루속히 쾌차해서 칼럼 속에 담아 놓은 보석 같은 지혜와 지식을 새로운 배석들에게 열정적으로 설파하실 수 있으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