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90% 미국 도시서 무슬림 시장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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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 달라크

문을 노크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히잡을 쓴 그의 모습에 영어를 못하겠거니 생각하기도 했다. 데카 달라크(53·사진)가 2018년 미국 메인주의 사우드 포틀랜드 시의원 유세를 다녔을 때 겪었던 일이다. 무슬림 흑인 시의원 후보를 만나 본 유권자들은 처음엔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그를 시장으로 뽑았다. ,
 
BBC는 7일(현지시간) 달라크 시장이 메인 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사우스 포틀랜드 시장으로 6일 취임했다고 전했다. 시민 2만5000명 중 90%가 백인인 도시다.
 
달라크 시장은 1990년 내전 중이던 소말리아를 탈출해 1992년 미국에 정착한 이민 1세대다. 당초 공직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민자들과 시민운동을 펼치다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늘 소외됐다”고 깨달으면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의 공직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그는 이민자 혐오를 조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시위대에 합류했다.
 
달라크는 2018년 시의회 선거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달 시의회 만장일치로 시장에 추대된 데 이어 지난 6일 투표를 통해 임기 1년의 시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유권자와의 소통이다. 2018년 시의원 선거 때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일대일 유세전을 펼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달라크는 취임식에서 “나를 이방인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따뜻하게 환영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이민자와 기존 미국 시민)는 같은 공간에 사는 만큼 관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