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군 출신 탈북자 “23세때 성폭행 당해…마취없이 강제 낙태”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19:20

수정 2021.12.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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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군으로 6년간 복무한 탈북 여성 제니퍼 김 씨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영상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북한에서 당한 성폭행 피해를 고백하고 있다. [HRNK 영상 캡처]

북한 여군 출신 탈북자가 “23세 때 성폭행을 당해 강제로 마취 없는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현지 시각으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여군으로 6년간 복무한 탈북 여성 제니퍼 김 씨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영상 인터뷰를 갖고 “북한 여군에 대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는 성폭행 범죄”라며 이런 사실을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경험상 북한 여군의 거의 70%가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자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 역시 성폭행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23세 때 부대 정치 군관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군의관으로부터 마취 없이 강제로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조선노동당 입당 결정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 군관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날아가기 때문에 그런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며 “그 상처와 고통이 지금까지도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악몽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좋은 결혼을 하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씨도 지난달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UN Women UK)가 시작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16 Days of Activism against Gender-Based Violence)’ 발대식에 참석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증언했다.
 
박씨는 아울러 영국 여성단체전국연맹(NAWO)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김씨 남성 왕조의 통치하에 북한 여성은 권리가 없다”며, 자신이 겪은 인신매매와 폭력 피해를 자세히 설명했다.
 
박씨는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여성을 대변하고 국제사회가 북한과 중국 지도부의 만행에 관심을 갖고 개선을 압박하도록 하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성폭력, 성추행 문제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사회다. 남자가 여자한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다. 아주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월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과 연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가한 여군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 있는 주석단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사실 이미 북한 형법은 상관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엄중한 경우 5년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관리들의 부패와 위력,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씨는 “결국 의식이 문제”라며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적 차원의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