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출시된 아이폰13의 전화 수신 불량 문제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조사인 애플과 이동통신사 측이 원인 규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나 몰라라 책임 떠넘기는 ‘핑퐁 상담’
하지만 아이폰13 문제로 피해를 겪은 소비자 380여 명이 참여하는 오픈 채티방 ‘아이폰13 수신 불량 피해자 모임’에는 “왜 100만원이 넘는 고가 폰을 사 놓고 기한도 없이 구형 폰을 써야 하냐”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기기를 백업하고 수차례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상담’에 매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험해보니 100통 중 83통이 오지 않았다”며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와 있다.
일부 아이폰13의 전화 수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난달 17일 본지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해당 아이폰13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수신 화면이 뜨지 않고, 진동·벨소리도 없다는 내용이다. 단말기에 따라 수십 분이 지나 매너콜(부재중 전화 알림 문자)로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주로 LG유플에서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측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신 불량 관련한 민원은 현재까지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인 ‘아사모’에서 이번 수신 불량 문제가 발생한 통신사를 자체 조사사했더니 LG유플 73%, SK텔레콤 16%, KT 11%(6일 오후 기준)로 나타났다. 이통 3사 모두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LG유플, 임시방편으로 임대폰 제공
LG유플 측은 ‘단말기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를 이동해도 위약금이나 유심칩 비용 등을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해외의 일부 통신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애플과 함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원인이 나와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T나 KT와 달리 백업망이 없어서 생긴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는 “추측성 언급일 뿐이다”고 답했다.
애플은 ‘묵묵부답’ 정부도 ‘팔짱’
두 회사와 감독기관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불만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소비자는 “약정 기간이 남아 통신사 이동도 못 한다. 200만원 하는 신형 폰이 통화가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며 “애플이나 LG유플이 명확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폰을 환불하고 싶다” “자꾸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나무라는데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피해를 본 사람과 문제가 뚜렷한데도, 책임 소재가 불문명하고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애플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