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패스 반대 글은 6일 오후 2시 20분 기준 25만 4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글의 게시자는 자신을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고교 2학년생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는 사례가 많은 데다 미접종자의 일상생활을 막는 건 인권 침해이니 백신패스 확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접종은 자율'이라더니…'역대 최다' 확진에 사실상 강요로 선회
이 글은 지난달 26일 올라왔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만 12~18세에게도 학원·스터디 카페 등 출입 시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뒤 동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청소년에게까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선 안 된다는 학생·학부모 등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백신 반대' 청원이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에 대해 "기본적으로 방역패스 제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관계자·담당 부서와 협의해 의견수렴을 해 좀 더 고민한 뒤에 입장을 내놓겠다"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는 청소년 아동 백신 접종에 고삐를 죄고 있다. 6일부터 만12~17세 학생 대상으로 학교 단위 접종 희망 조사에 나섰고, 다음 주부터 2주간을 '집중 접종 지원 기간'으로 선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12~17세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희망에 따른 접종 선택'을 강조했지만 최근 들어 접종을 적극 독려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학생 감염 확산세가 예전보다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확진자 발생 상황이 달라졌고, 고3 접종 효과나 해외 청소년 접종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접종의) 효과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접종에 대해 이전보다 권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요 불가피" "권고에 그쳐야"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고생은 활동량 높은 집단이며 부모·조부모로 전파할 수 있어 접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을 금하는 곳도 있는데 한국이 (방역 패스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다"고 했다.
중·고교 기말고사…2월 1일 시행 가능할까
접종을 원치 않아 학원에 가지 못할 경우 과외나 기숙학원에 몰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학부모들이 많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일 년간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며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이제 1:1 과외가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 격차를 벌리려는 것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3일 "형편이 되는 학생들은 과외 등 다른 방법을 찾겠지만, 학원마저 못 가는 학생들은 대안이 없다"며 "미접종 학생은 학원에 못 가게 하는 건 헌법에 보장된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구 고등학생의 '방역 패스 반대'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다음 달 26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장관이나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 정부·청와대 책임자가 청원 마감 후 3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통보가 오면 교육부에서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