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디스플레이 굴기? 삼성· LG 위협하는 중국 회사

중앙일보

입력 2021.12.06 12:02

수정 2021.12.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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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독점 뒤흔든 중국

ⓒ삼성 OLED

우리나라 삼성과 LG는 2004년 이후 17년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수십 년의 아성이 중국에 의해 무너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CD와 OLED를 포함한 전체 매출액 점유율에서 중국이 40%를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점유율은 33%에 그쳤다.
 
이미 지난해 LCD 분야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56.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를 넘기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LCD 시장을 이미 집어삼킨 중국이, 이젠 OLED 시장까지 석권하려 든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LG디스플레이

얇고 가벼우며 또 유연하고, 고화질의 화면을 제공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LCD(글로벌 액정표시장치)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하이엔드 제품에만 쓰였던 OLED는 이제 중저가 모델에도 탑재되고 있다.
 
아직 모바일용 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TV 등에 쓰이는 대형 OLED는 LG 디스플레이가 거의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를 중국이 매섭게 쫓는 중이다.
 
2021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용(폴더블폰 포함) OLED 패널 출하량은 약 1억 7천만 대로, 1위는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했다(1억 2476만 대, 71.4%). LG디스플레이는 1200만 대 출하하며 7.3% 점유율로 세계 3위를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BOE-LG디스플레이-비전옥스-CSOT ⓒ群智咨?

중국 본토 제조업체의 OLED 출하량은 약 3600만 대에 달하며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이 중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약 1600만 대의 OLED 패널을 출하했으며 세계 2위에 안착했다. BOE는 애플의 아이폰용 OLED 출하를 위해 B7·B11·B12 생산라인을 애플 전용 공장으로 바꾸고 있어 향후 점유율은 확대될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기업은 4위를 차지한 비전옥스다. 이들의 3분기 출하량은 약 630만 대로 BOE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 2위를 차지, 세계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세계 4위 오른 비전옥스, 어떤 기업?

ⓒvisionox

Visionox(비전옥스)는 유망주로 떠오르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다. 지난 5월 비전옥스는 'SID 2021'에서 제로 베젤, 풀 디스플레이, 멀티 폼 등 자사가 보유한 OLED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비전옥스만의 차별점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이하 UDC) 기술이다. 전면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아래로 숨기는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에 구멍을 뚫지 않고도 완벽한 풀 스크린 구현이 가능하다.
 
얇은 베젤을 지향하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100% 풀 디스플레이 구현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선두주자가 바로 비전옥스다.  

ⓒvisionox

지금까지 UDC 기술은 낮은 화질이나 빛이 새는 문제 등 기술적 어려움으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브이 씨(InV see®) '로 불리는 비전옥스 UDC 솔루션은 카메라 영역의 투명도를 향상하기 위해 메인 스크린에 새로운 유기 및 무기 필름 재료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 기술 전문 매체인 지웨이왕(集微網)에 따르면 비전옥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언더 스크린 핸드폰을 공급하기도 했으며 샤오미, ZTE, 화웨이 등에 적극적으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비전옥스는 향후 제품군을 중형 노트북, 차량형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분야로 점차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오미의 3세대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 ⓒ샤오미

OLED 장악하려는 중국…당국의 든든한 지지 덕?

한편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당국의 막대한 지원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공장 건설 지원금,  각종 보조금, 인프라 및 세제 혜택까지 물심양면 디스플레이 업계를 지원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BOE와 CSOT·비전옥스·톈마웨이전자고분유한공사 등 중국 4대 디스플레이 기업이 2012년부터 8년간 타낸 정부 보조금 총액은 5조 50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순이익 총합(20조 원)의 25% 이상이다. 든든한 보조금이 있으니 웬만한 손실에도 끄떡없는 중국이다.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비하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5년 뒤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 고객사 다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엘지의 OLED 글로벌 점유율은 약 80%. 아직 기세는 한국에 치우쳐있다. 그러나 시간문제다. 중국은 LCD의 추격 성공 기세를 OLED에 이어가려 한다. 기술 격차를 넓히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정부의 파격 혜택이 필요한 때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