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국민과의 대화’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지난달, 2시간 가까이 생중계된 방송에서 대통령이 가장 하고 싶어했던 말이라 느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7월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을 때도 대통령은 자부심을 가지라 했다.
모든 분야 앞에 ‘K’가 붙는 K현상.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달성이 더이상 새롭지 않을 만큼 우리의 위상은 달라졌다. 2008년 처음 미국을 갔는데, 지금이었다면 내가 겪었던 차별이 예전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린 선진국과 똑같은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이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요?” 국민과의 대화 3일 전,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17개 선진국 국민에게 던진 이 한 가지 질문의 결과를 발표했다. 당연히 ‘톱10’의 나라 한국도 포함됐다.
배움·연인·봉사에서도 우린 미국·유럽과 달리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물질과 경제적 자유를 언급하거나, 인생의 의미를 물으면 ‘난관과 어려움’부터 떠오른다는 비율이 높았다. 삶의 대부분은 가족·연인·친구·직업으로 채워진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긴 쉽지 않고,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마저도 어려운 사회가 한국이란 뜻이다. 톱10 나라의 객관적인 성적표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내내, ‘우린 뭘 해야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며 함께 고민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중 가장 가까운 이를 만났다. “네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하니, “주말만 기다리며 일하는 삶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숨을 내쉰다. 한때 꿈꿨던 직업도, 이젠 경제적 이유로 도전하기 쉽지 않은 나이가 됐다고 했다. 서로 만날 시간이 없을 만큼 매일이 바쁜데, 그 안에서 삶의 동력을 찾긴 어려운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톱10’ 나라에 살고 있을까. 가족과 친구, 매일 내가 맡은 일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작은 보람이, 돈과 부동산이란 물질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사회라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무엇이 톱10의 나라를 만드는 건지. 지금 우리들의 삶은 정말 괜찮은 건지. 톱10 나라의 객관적 평가는 무엇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