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마크 메도스가 다음 주 출간하는 회고록을 입수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26일이다.
메도스 전 실장이 트럼프에게 "조금 피곤해 보인다"고 말했는데, 마침 그날 밤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나서는 길에 대통령 주치의 숀 코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조금 전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으니 대통령이 떠나는 것을 막으라"는 이야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장 '비낙스'라는 항원검사로 다시 검사를 받았고 이번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 지침상 비낙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완전한 허가로 받아들였다"고 메도스는 전했다.
몇 시간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눴고, 뉴욕타임스(NYT)는 이 자리에 있던 자사 기자가 이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흘 뒤인 29일 열린 첫 TV토론도 그대로 참석했다. 당시에도 토론 전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메도스 전 비서실장은 당시 트럼프의 몸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가래 섞인 목소리는 나아졌지만, 다크서클이 깊어졌고, 마치 체중이 증가한 것처럼 평소보다 느리게 걸었다고 했다.
메도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염 가능성을 알면서도 고위험군의 상대측 후보와 대면 토론을 강행한 셈이 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4세, 바이든 대통령은 77세였다.
거리 두기를 지킨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실내 토론장에 수십 명의 청중이 있었고 일부는 마스크도 벗은 상태였다. 토론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항상 큰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며 비웃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토론 이틀 후인 1일이라고만 밝혔을 뿐, 그 이전 검사 결과에 대해선 침묵했다.
메도스 전 비서실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 9월 26일은 백악관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축하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참석자 중 12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자리였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슈퍼 전파'라는 비난을 받은 이 행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염이 관계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메도스의 회고록 내용이 알려진 이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첫 토론 전이나 토론 기간 중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야기는 '가짜뉴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가디언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이야기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