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였던 'TBS 예산' 더 늘린 시의회…'오세훈 예산' 줄줄이 삭감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16:50

수정 2021.12.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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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종로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의회가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과 안심소득 등 오세훈 서울시장 역점사업 예산을 잇달아 삭감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삭감했던 교통방송(TBS) 출연금은 되레 증액시킨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시의회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질 전망이다.  
 

헬스케어·안심소득 줄줄이 전액삭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예산안 심사에서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 시스템 구축 예산 60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김경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상위법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근거가 미비하다”고 배경을 밝혔다.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은 ‘온서울, 건강온’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가 시민 5만명에게 스마트밴드를 무료로 빌려준 뒤, 상담과 식단조절 등 건강관리를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지난달 이미 2차례에 걸쳐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범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시의회는 안심소득 사업 예산 74억22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안심소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 대항마 성격으로, 오세훈 시장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기준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분을 일정 부분 채워주는 '하후상박'형 소득 보장제도다. 내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해 1인 가구 최대 월 82만원, 4인 가구 최대 217만원을 준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복지부와 협의해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완료' 통보까지 받은 사업인데 시의회가 반대하는 명분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吳 사업 연속 삭감…TBS는 증액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서울시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김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에도 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연이어 예산을 삭감했다.  ‘지천 르네상스’ 관련 수변 중심 도시 공간 혁신 예산 32억원은 전액 삭감됐고, 장기 전세 주택 건설 추진 출자금도 40억원을 줄였다.  
 
반면 서울시가 줄인 교통방송(TBS) 출연금은 증액했다. 지난달 30일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시 내년도 TBS 출연금을 서울시 제출안에서 136억원 증액한 389억원으로 가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올해(375억원)보다 123억원을 감액한 252억원으로 제출했다. 시의회 결정에 대해 서울시는 ‘부동의’ 하겠다는 태도다. “본회의에서 서울시 동의 없이 예산이 통과되면 증액 부분은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트집 잡아 예산 삭감한다”

시의회 상임위 예비 심사 결과는 3일 시작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된다. 예결위는 예비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심사를 진행한 뒤 예산안을 조정해 16일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시의회가 민주당이 절대다수(110석 중 99석)여서, 예비심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최대한 시의회에 협조를 구하고 설명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에는 시의회의 발목잡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핵심사업은 줄줄이 삭감하고, 도시재생이나 TBS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면서 “일부 시의원은 예산 근거를 설명하면, 근거의 근거를 설명하라고 트집잡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