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42% 내린 2839.0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29일(2820.51) 이후 최저치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900 아래로 마감한 건 올해 처음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전날 미국 증시 반등에 상승 출발하며 오미크론 공포를 털어낸 듯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고 오후 2시를 지나며 낙폭을 키워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던지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82억 원, 6369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만 홀로 7386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급락을 막기엔 힘에 부쳤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0.57%)를 제외한 9개 종목이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시총 11위)와 카카오페이(13위)는 각각 6.69%, 8.60% 급락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69% 하락한 965.62에 마감하며 1000선을 내줬다. 다만 원화 가치는 오히려 뛰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5.1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187.9원에 마감했다.
이날 울산시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명 중 2명이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나라에서 입국했다며 유전체 분석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일본은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고 국내에서도 울산 오미크론 이슈가 부각하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각국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일본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닛케이255지수는 전날보다 1.63%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1.58%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모두 1%가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0일 오전부터 미국 선물 시장이 다시 하락세"라며 "시차를 두고 나라마다 변동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미크론발 공급망 병목 현상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에는 무게가 실린다. 박광남 팀장은 “오미크론 확산보다 중요한 건 각국의 봉쇄정책”이라며 “델타 변이가 발견됐을 때도 동남아시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며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줬는데 오미크론이 공급 병목현상을 가속한다면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확산과 그에 따른 공급 대란은 이미 불붙은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미국 등의 통화정책 스케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출석에 앞서 공개한 발언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노동시장 둔화와 공급망 교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미크론이 공급망 차질을 불러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진다면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