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새끼 호랑이가 신인왕에 올랐다. 왼손 투수 이의리(19)가 주인공이다. 그는 29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1 KBO시상식에서 총점 417점으로 368점에 그친 2년 차 ‘중고 신인’ 최준용(롯데 자이언츠)를 제쳤다. 최준용은 올 시즌 20홀드를 달성한 불펜 투수였다.
이날 이의리는 유효표 115개 중 1위 표 61개를 얻어 최준용(1위 표 42개)을 앞섰다. 총 득표에선 최준용이 이의리보다 1표 많은 100표를 받았지만, 1위 표 확보에서 승부가 갈렸다.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에 오른 이의리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아 영광이다.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경쟁자) 준용이 형에게도 ‘멋있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지난 4월 2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하며 데뷔 첫 승을 거둔 후 당시 중계방송을 한 이순철 위원에게 “(지난 35년 동안 신인상을 못 받은 기록을) 꼭 깨뜨리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의리는 “이순철 위원님께 드린 약속을 지켜서 더 기쁘다”고 했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이의리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김진욱·나승엽(이상 롯데) 등 다른 ‘슈퍼루키’들에 비해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히 포함됐고, 4월 등판한 4경기에서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간결한 투구폼과 침착한 경기 운영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반기를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마쳐 신인왕 레이스에서 독주하는 듯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팀 선배 양현종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활력소였다.
그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떠올리게 하는 신인이다. 학창시절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프로 입단 후 장착했다는 점도 빼닮았다. 이의리는 “김현수 선배에게 그립을 배운 뒤 정명원 투수 코치님과 함께 연구했다. 캐치볼이나 롱토스를 할 때도 (체인지업 그립을) 쥐고 던지면서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반기에는 잔부상이 겹쳐 고전했다. 왼 중지 손톱이 깨졌고, 재활 치료를 마친 뒤에는 복귀 과정에서 오른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그 사이 최준용이 차곡차곡 홀드를 쌓아 신인왕 레이스를 혼전 양상으로 끌고 갔다.
이의리의 최종 시즌 성적은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지난해 신인왕 KT 위즈 소형준의 성적(13승 6패·평균자책점 3.86)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 있다. 하지만 피안타율(0.204)이나 이닝당 출루허용률(1.32)을 비롯한 세부 지표가 누구 못지 않게 준수했다. 결국 신인왕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IA는 최근 장정석 단장을 선임하며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시상식 현장을 찾은 장정석 단장은 그 누구보다 이의리의 신인왕 수상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