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엄마·아빠 추억 속 방패연·가오리연 내 손으로 만들어 도전, 연날리기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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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부는 초겨울에 어울리는 야외활동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날리기예요. 명절에 하던 전통놀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어릴 적 사랑받은 놀이이기도 해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나는 방향이 바뀌는 연과 함께 이리저리 뛰다 보면 몸에 추위가 가시고, 움츠렸던 몸에도 활기가 돌아온답니다. 강라임·김재신 학생기자가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 있는 전통문화체험장 강강수월래를 찾아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만들고 하늘에 날려보기로 했어요. 유희경 선생님과 유병찬 대표가 각양각색의 연이 모여있는 체험장으로 안내했죠.

강라임(왼쪽)·김재신 학생기자가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 있는 전통문화체험장 강강수월래를 찾아 각각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만들고 직접 날려봤다.

 
연은 인류와 함께한 역사가 워낙 길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BC 400년대에 그리스의 알투스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 열전(列傳)에 신라 선덕여왕 말년 김유신이 밤에 연에 불을 달아 하늘로 올려 민심을 수습했다는 기록이 가장 오래됐어요.

유희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연의 역사와 종류,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우리 전통 연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재신 학생기자의 질문에 유 선생님이 답했어요. "네모난 방패 모양으로 만든 방패연과 생선 가오리의 마름모꼴 형태를 닮은 가오리연이 많이 사랑받았죠. 오늘 여러분이 만들어볼 연이기도 해요." 탁자 위에는 한지와 대나무살(댓살)·목공용풀·연칼·송곳 등 필요한 재료가 다 갖춰졌죠. 라임 학생기자가 방패연을, 재신 학생기자가 가오리연을 만들 겁니다.  
 

전통 방식의 연은 질긴 한지와 대나무를 쪼개 만든 닥살, 명주실로 만들어 얼레에 감은 실로 조종한다.

참연이라고도 불리는 방패연은 직사각형(장방형)의 종이에 댓살을 붙여서 만들어요. 댓살을 연에 붙이면 연살이라고 하죠. 일단 질긴 한지(창호지)를 가로 41cm, 세로 51cm로 자르고, 잘 마르고 탄력이 좋은 댓살 5개, 연에 꿸 질긴 실과 실이 감긴 얼레를 준비합니다. 재단한 종이는 맨 윗부분에 여분 2~3cm 정도를 남겨둔 상태에서 한가운데 해당하는 부분을 둥글게 오려내요. 이걸 방구멍(바람구멍)이라 해요. "연은 바람의 힘을 받아 하늘로 뜨는 물체죠. 방구멍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 때 그 힘을 빠져나가게 해서 세기를 조절하고, 약하게 불면 연이 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유)  
 
혹시 '연이 까분다'라는 표현을 들어봤나요? 하늘에 띄운 연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한쪽으로만 팽글팽글 도는 상황을 말해요. 연살을 제대로 깎지 않았을 때 나타나죠. 연살은 종류마다 강도와 굵기가 달라요. 가장 두꺼운 머릿살은 양 끝을 쥐고 약 15~20도 정도 가볍게 구부렸을 때 고르게 활 모양으로 휘어져야 해요. 연 전체를 엑스자(X)로 교차해 지지하는 장살은 머릿살보다는 가늘고 중간보다 양 끝이 약간 얇아야 바람의 저항을 덜 받죠. 연을 세로로 지탱해 척추에 해당하는 중살도 장살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요. 연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허릿살은 가장 가늘고 약하게 다듬죠.  
 

방패연은 머릿살·장살·중살·허릿살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재단한 한지에 붙인 뒤, 표면을 장식하고 몸체에 얼레 줄에 연결할 실을 꿰어 만든다.

가장 먼저 머릿살을 연의 머리에 해당하는 윗부분에 목공풀로 붙여주세요. 댓살의 속살 부분에 풀칠해서 아까 남겨둔 여분의 종이 2~3cm 아래에 선을 그어주듯 부착하면 돼요. 다음으로 장살 2개와 중살 1개를 차례대로 붙여줍니다. 끝으로 허릿살을 장살과 중살 밑에 조심스럽게 넣어서 부착해요. "방구멍을 관통하는 부분은 풀을 바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리 펜이나 연필로 점을 찍어서 표시해주세요."(유) 다 붙인 후엔 머릿살을 여분의 종이로 덮고 연의 양옆은 0.5cm씩 접어 붙여 마무리합니다. 그러면 바람에 찢어질 가능성이 줄어들죠. 연 밖으로 삐져나온 댓살은 조심스럽게 잘라서 제거해요.


연의 표면은 여러 방법으로 장식할 수 있어요.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도 되고, 물감으로 채색할 수도 있죠. 라임 학생기자는 연 머리 위에 삼족오 문양을, 연 아래쪽에는 검은 동그라미를 오려 붙였어요.
 
방패연의 형태가 잡혔으니 실을 꿰어 얼레와 연결해야겠죠. 방패연줄은 보통 방줄이라고도 하는데, 이게 연에 들어갈 구멍이 필요해요. 송곳으로 연 머리와 방구멍의 중간 지점, 그리고 연의 끝과 방구멍의 중간지점에서 각각 중살을 중심으로 양쪽에 구멍을 살짝 뚫어주면 돼요. '꽁숫구멍'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 중 하나인 방패연은 참연이라고도 불리는데, 중앙에 뚫린 방구멍과 약간 휘어진 머리 구조 때문에 센 바람에도 끄떡없이 날 수 있으며 방향 전환도 잘 된다.

이제 연의 앞면이 위로 오게 둔 뒤, 연 머리 기준 오른쪽 귀, 즉 머릿살과 장살이 교차하는 부분에 두 줄의 실을 서너 번 감고 매듭지어 고정합니다. 이 실을 왼쪽 귀로도 잡아당겨 똑같이 묶어요. 이걸 활벌이줄이라 하는데, 주의할 점은 머릿살이 약 20도 정도 휘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서 실 두 가닥을 준비해 연 머리 양 귀에 한 가닥씩 따로 묶고 아래쪽 꽁숫구멍에서 만나게 팽팽히 당겨주세요. 손에 잡힌 두 가닥의 실을 구부려서 갈고리처럼 긴 타원형으로 만든 뒤 묶어주세요. 나중에 얼레 실을 연결할 부분입니다. 매듭으로 연결된 두 개의 실 중 하나를 자르고 남은 실 하나를 아랫부분 꽁숫구멍 한쪽에 넣어 뒤로 뺀 뒤, 다른 쪽 구멍을 통해 앞으로 빼내죠.  위쪽 꽁숫구멍도 아래쪽처럼 실을 묶을 수도 있는데, 초보자는 아래쪽에 묶는 게 낫다고 유 선생님이 귀띔했죠.  이 실을 다시 위로 당겨서 언제든지 다시 풀어서 조정할 수 있도록 나비매듭으로 마무리해요.  
 
"매듭을 연의 머리쪽 양 귀로 번갈아 가면서 당겨봤을 때, 매듭이 두 귀의 끝을 튀어 나가면 안 돼요. 그러면 아예 날지 않아요. 초보자가 날리기 편한 매듭의 길이는 양쪽 귀 끝보다 2cm 정도 짧은 길이가 적당해요." 유 선생님이 알려준 노하우를 듣고 라임 학생기자가 길이를 신중히 재면서 묶었죠. 연의 머리 양쪽 끝과 아랫부분을 관통하는 3개 줄이 아래쪽 꽁숫구멍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삼각형 형태로 연결되면 방패연 완성입니다.
 

가오리연은 마름모꼴 한지에 중살·허릿살을 붙인 뒤 긴 꼬리 1개와 귀꼬리 2개를 밑에 달고, 표면을 장식해 몸체를 만든다. 이후 연 몸체에 실을 꿰어 얼레 줄에 연결한다.

재신 학생기자가 만들 가오리연은 하늘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 때문에 꼬빡연이라고도 불리는데, 방패연보다 비교적 만들기 쉽죠. 가로 35cm x 세로 35cm 한지와 댓살 2개를 준비해주세요. 한지를 마름모꼴로 놓고 먼저 세로축을 관통하는 중살을 목공풀로 연 뒤쪽에 붙여요. 허릿살은 양쪽 모서리를 기준으로 위쪽으로 불룩하게 휜 모양으로 붙이는데, 양 끝을 종이로 싸서 발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모서리 부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붙여야 해요. 마지막으로 연의 머리 꼭짓점에서 아래로 10cm, 연의 아랫부분 꼭짓점에서 위로 15cm 부근에 대칭으로 2개씩, 총 4개의 구멍을 뚫어주고, 연에서 삐져나온 댓살을 자르고 표면을 취향껏 장식하면 연 몸체가 탄생하죠. 재신 학생기자는 둥글게 자른 푸른색 한지를 붙여 포인트를 줬어요.  
 
이어서 한지로 만든 넓이 5cm x 길이 100cm 긴 꼬리 1개, 넓이 5cm x 길이 15cm 귀꼬리 2개를 준비합니다. 긴 꼬리는 연의 세로축 끝 정중앙에, 귀꼬리 2개는 양쪽 끝에 안쪽을 향하도록 비스듬하게 붙여주세요. "가오리연의 꼬리는 바람이 타고 흐르게 해 연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유)
 

유병찬 대표가 김재신 학생기자에게 얼레를 잘 조절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얼레에서 실을 풀면 연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날게 되고, 감으면 위로 뜬다.

이제 실을 꿰어 연과 얼레를 연결할 준비를 해야죠. 연을 앞면이 위로 오게 두고 위쪽 구멍을 통해 뒤쪽으로 실을 넣은 뒤, 반대쪽 구멍으로 앞으로 빼서 매듭을 지어 고정합니다. 그 실을 다시 아래쪽 구멍으로 내려 똑같이 반복해주세요. 그러면 세로축을 지나는 느슨한 줄 하나에 가오리연이 매달린 형태가 되는데요. 이 줄에 매듭을 지어 얼레의 실과 연결할 거예요. 일단 줄의 중간을 잡고 연을 허공에 떨어뜨려 수평을 확인한 다음, 연의 머리가 15도 정도 올라오도록 줄을 조정하세요. 윗줄보다 아랫줄이 조금 긴 형태가 되겠죠. 이 상태에서 방패연을 마무리할 때처럼 고리 모양을 만들어 묶습니다. 적절한 길이로 매듭을 맸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실의 매듭을 가오리연 머리 쪽으로 당겼을 때 끝부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돼요.  
 
열심히 만든 연을 하늘로 날리기에 앞서 재신 학생기자가 "연을 날리기 적합한 날씨가 있나요?" 물었죠. "제한은 없지만, 초속 2~3m 정도 바람이 적당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연날리기 지도를 맡은 유 대표가 답했어요. 먼저 바람을 부는 방향을 등지고 연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립니다. 그 상태로 연을 들고 뛰면서 얼레에 감긴 실을 조금씩 풀면 바람의 흐름을 타고 연이 상승하게 되죠. 실을 풀면 연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날아가고, 감으면 줄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연이 위로 떠요. 그래서 연을 잘 날리려면 얼레를 잘 조절해야 해요.  
 

김재신(왼쪽) 학생기자가 만든 가오리연과 강라임 학생기자가 만든 방패연.

아쉽게도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 대표의 지도에 따라 연을 들고 이리저리 뛰자 조금씩 하늘에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죠. "우와, 신기하다!"(강) "바람이 많이 안 부는데도 제가 만든 연이 높이 나네요."(김) 추운 겨울 방 안에만 웅크려 있지 말고 내가 만든 연을 파란 하늘에 날려보는 건 어떨까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건 물론, 부모님과 함께 나눌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길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전통문화체험장에서 연의 역사나 용도 등을 자세히 알게 됐어요.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라고만 생각했던 연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꼈죠. 연의 구조를 잘 알지 못했는데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만들면서 장살·허릿살·머릿살 등이 뼈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우리나라의 발달한 연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걸 계승하시는 분도 멋져 보였어요. 연을 날릴 때 기대만큼 바람이 잘 불지 않았던 건 아쉬웠지만, 우리나라의 연이라는 전통이자 문화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강라임(경기도 매송초 4) 학생기자
 
제 손으로 연을 날려본 적이 3번 정도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어릴 적 방패연이나 가오리연을 많이 만들어서 날렸다고 하셔서 놀랐죠. 유희경 선생님이 연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며 시범을 보일 때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어요. 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들어야지 연을 잘 조종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연에도 과학적인 원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가오리연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해서 더 정성을 들였죠. 완성한 연을 임진각 평화의 공원에서 날려봤는데, 처음에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잘 날아서 신기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김재신(경기도 낙민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