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군 최고 책임자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7,8월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실험을 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먼저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올린 충격에 빗댔다. 미국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무기에서 중국에 뒤지어 있다는 최초의 인정이자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과 달리 지구 상의 목표물을 1시간 이내에 타격하려는 공격 수단이다. 미사일 발사체에 음속의 5배가 넘는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ㆍHGV)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 극초음속 미사일 두차례 실험
미 합참의장 “스푸트니크 순간”
중, 마하 30 풍동 설비 내년 완공
극초음속 미사일 DF-17 대량 배치
러, 핵잠서 ‘치르콘’ 발사 성공
미, 록히드마틴과 방어시스템 계약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체에서 별도의 발사체가 또 한 번 분리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들의 발언을 토대로 “음속의 5~6배로 날아가는 활공체에서 탄두나 유인장치(decoy)로 보이는 두 번째 발사체가 떨어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사일 테스트가 아닌 우주 발사체 시험”이라며 반박했다. 미국이 말하는 두번째 발사체는 “우주 정거장용 캡슐 발사를 오해한 것”이라 강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위협을 부각해 군비를 증강시키려는 미국의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과 실제 움직임은 정반대다. 중국이 극초음속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풍동은 극초음속 상황의 기류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터널이다. JF-22는 마하 30의 비행 조건까지 만들 수 있다고 CCTV가 공개했다.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장종린(姜宗林) 박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풍동 설비가 항공기 및 우주발사체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극초음속 무기 패권 경쟁의 핵심은 풍동시설”이라며 “경쟁에서 중국이 앞설 수 있었던 건 10여 년 전부터 건설된 풍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이 아닌 마하 10에 육박하는 극초음속 항공기 엔진 기술도 개발됐다. 풍동 건설에 관여한 중국과학원 장종린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음속의 최대 16배로 날 수 있는 극초음속 항공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마하 9의 속도로 풍동 테스트를 마쳤으며 엔진의 추력과 연비,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있어 러시아는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엔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Tsikon)의 첫 시험 발사 성공을 알렸다. 치르콘은마하7의 속도로 350㎞ 떨어진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한다. 음속의 27배까지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는 이미 2019년 12월 실전에 배치됐다.
위기감 속에 미국이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러시아 치르콘 시험 발사 성공 발표가 나온 날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만 등 최대 방산업체들과 극초음속 활공체 요격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잇단 사고로 주춤했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도 재개됐다. 내년 초엔 수정된 미사일 방어 계획도 발표된다. 미ㆍ중ㆍ러 극초음속 무기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